사해 여행기, 요르단
해발고도가 마이너스인 바다가 있다. 문과의 머리로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해수면이 해발고도 0M인데 해발고도가 마이너스라니. 내가 바닷가에 서있으면 거기가 바로 0M 아닌가!!! 네덜란드가 해수면보다 낮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하지만 바다가 바다보다 낮다니 뭔가 어색했다. 해발고도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하는데 해수면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원불멸한 값은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지구에 매우 큰 변화가 생기면 그 기준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인천 앞바다를 그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천 앞바다는 해발고도 0M인 셈이다.
가서 확인해보니 진짜 해발고도 -400M였다. 사해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들은 이야기일 뿐이지 나에게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내가 사해에 둥둥 떠서 책을 읽을 수 있는지였다.
아침 일찍 렌트한 택시를 타고 사해로 향했다. 택시는 요르단이니까 한국차다. 사이드미러의 글씨까지 한국어인 걸 보면 단순한 한국차는 아닌 듯싶다. 한국에서 온 한국 중고차다. 물론 내부에도 한글이 득실득실했다. 한 시간 가까이 달리자 영화 '마스'에서 본 듯한 풍경이 나타났다. 실제로 요르단에 있는 '와디럼 사막'에서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많이 촬영한다고 한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사해는 몽환적이었다. 이곳의 정치, 종교적인 상황과 그날따라 자욱한 안개가 만들어낸 분위기일 것이다. 아니면 사해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사해는 닫힌 바다다. 어떻게 보면 호수라고 불러도 된다. 한쪽 연안해서 반대쪽 연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과거에는 물이 흘러들었는데 이제는 물이 흘러들지 않고 있다. 증발량이 많아 매년 1M씩 해수면이 하강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사해를 보지 못하는 날이 오기도 할까?
사해는 지중해 물이 흘러들어서 만들어진 바다다. 무더운 기후와 사해의 특성상 지중해보다 7~8배 소금 함유량이 높다고 한다. 대부분의 생물은 살 수 없는 곳이다. 물론 자그마한 미생물들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연구대상이다. 상처가 난 상태로 들어가면 매우 매우 따갑고 눈에 들어가면 위험하다. 그래서 사해다. 데스 씨.
만나자마자 풍덩 들어가야지 싶었는데 멀리서 본 것과 조금 달랐다. 고요할 것 같은데 파도처럼 강한 물결이 있어 발을 담그는데 솔직히 겁이 났다.
사해에 누워서 책을 보려 했는데 백팩 안에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카메라와 노트북으로 이미 무거운 내 백팩에 책은 사치 중의 사치였다. 그래서 게하 사장님께는 미안하지만 돌려줄 생각으로 비치된 잡지를 가지고 왔다. 물론 저렇게 소금에 절여져 버렸다. 가져온 상태 그대로 돌려놓으려 했는데 미안하게 됐다.
자세히 보면 이미 책은 다 젖었다. 사해는 부력이 굉장히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둥둥 떠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사해까지 달려온 이유가 실현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쯤 성공한 듯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사해에 몸을 담그면 그 부력이 강해 오히려 몸이 뒤집어지려고 한다. 여느 여행지가 그렇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평안한 모습은 설정샷이 분명했다.
살짝 색이 바뀌는 경계부터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겨하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겁이 났다. 물에 빠질 일은 없지만 뒤집어져서 허우적대면 눈에 물이 들어갈까 그게 걱정됐다. 겁쟁이라 할 수 있지만 누구든 겁 낼 거라 확신한다!!! 오랜 여행으로 상처가 난 발바닥도 따끔따끔거렸다. 그리고 사해 물도 먹어도 된다. 내가 직접 증명했다. 물론 혀가 좀 아프긴 하다.
내가 다이빙을 즐겨하는 이유는 바다의 포근함 때문이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온갖 소음이 사라지고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해는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나를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였는지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내일 만날 Petra가 더욱 기다려졌다. 내가 요르단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