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에는 사실과는 다른 오해와 편견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접하고 들었던 표현을 돌아봤더니, 대표적으로 아래 세 가지가 있었어요.
1. 타고난 사람
2. 떨지 않고 긴장 안 하는 사람
3. 즉흥적으로(준비 없이도) 잘하는 사람
여러분이 앞서 떠올린 '누군가'는 위의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 준비를 막 시작하고 나서부터 몇 년간 '나는 1.2.3.같은 사람이 아닌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과 불안으로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1.2.3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1.2.3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말 공부를 시작하는, 혹은 관심 있는 분들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의 기준
"말 잘하는 사람은 원래 타고난 사람이지"
"그런 건 배워서 되는게 아니더라"
"00봐 떨지도않고 말 엄청 (웃기게) 잘하잖아"
이 쓰리콤보... 낯설지 않으시죠? 저 역시 누구 할 것 없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을 꼽아보라 하면, 열 명 중 일곱 명 정도는 유명한 개그맨, 방송인 이름이 나옵니다. 대부분은 재미있게/웃기게/끊임없이 말하는 이미지가 많았어요. 그리고 내가 스피치를 배운다? 혹은 주변에 누가 배운다고 하면 그들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말 잘하는 사람은 원래 타고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표적으로 유재석, 전현무님 같은 MC를 보면, 과연 이분들이 '말 잘하는 사람' 유형의 전부일까요? 우리가 말 잘하는 사람의 기준을 너무 ‘좁게', 그리고 ‘높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말 잘하는 사람'은 한 가지 모습이 아닙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스피커가 있고, 빵빵 터지는 재치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상담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과 제가 가진 말하기는 접근 자체가 다르겠죠. 안정감/신뢰/정보전달/설득/공감/배려 이런 것들이 제가 주로 훈련하고 사용하고 있는 '말하기'의 특징입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영역이 존재합니다.
말하기에도 입문자와 전문가 사이에 수많은 눈금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목적과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운동을 배우는 사람들이 운동'선수'가 되지 않고도 실생활에서 나에게 맞는 목적의 운동을 골라서 '필요한 만큼' 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그렇게 접하고 배워야 합니다.
말하기는 '타고난 것' 아니라 '배우는 것'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말하기의 영역과 형태는 유전자처럼 '고유한 것'이 아닙니다. 가족 구성원과 친구, 선생님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와 비슷하게 다듬어집니다. 말투, 사용하는 단어, 억양, 표현 방법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목소리를 내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모방 능력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을 따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필요에 의해 '의식적으로' 습득하지 않는다면, 자라면서 경험한 언어 환경. 딱 거기까지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있습니다. 첫째, 의식적으로 습득하면 타고난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둘째,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내 주변의 언어환경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말하기에는 다양한 목적과 방법이 있습니다. 100% 잘 활용하려면 '의식적인 훈련'과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타고난 사람만 잘하는 영역'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에 걸려 멈칫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 2편에서는 2. 떨지않고 긴장 안하는 사람 3. 즉흥적으로 (준비없이도) 잘 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에 대해 실제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