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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거나 미치거나 Feb 17. 2021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 3가지 -2-

여러분이 생각하는 

'말 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에는 사실과는 다른 오해와 편견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접하고 들었던 표현을 돌아봤더니, 대표적으로 아래 세 가지가 있었어요.     



1. 타고난 사람 
2. 떨지 않고 긴장 안 하는 사람   
3. 즉흥적으로(준비 없이도) 잘하는 사람



 여러분이 앞서 떠올린 '누군가'는 위의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 준비를 막 시작하고 나서부터 몇 년간 '나는 1.2.3.같은 사람이 아닌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과 불안으로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1.2.3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1.2.3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말 공부를 시작하는, 혹은 관심 있는 분들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song2irn/17






해 본 사람이 덜 한다, 떨림과 긴장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긴장을 많이 다뤄 본' 사람입니다

여러 번 경험해 보니 '떨린다'라는 신호의 의미는 '여기서 그만 STOP'의 적신호가 아니었어요.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사로잡혀있는 대신 '내가 이걸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라고 인정하고 '방법'을 찾아보라는 청신호입니다. 무대 체질과 거리가 먼 저는 처음에는 마이크를 든 손이 떨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처음 MC를 봤던 그 무대는 시쳇말로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했던지 모릅니다. 

  

 지금은 진행자로 무대에 서는 일은 떨리지 않습니다. 떨림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횟수가 쌓이다 보니 '떨리지만 할 수 있어, 저번처럼 하면 돼'라고 생각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무용 공연이나 한복 모델로 쇼를 나가는 건 정말 긴장되고 떨립니다. ( 말 안 하고 무대에 서 있는 게 더 어색 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떨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거나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오늘만 무사히'라는 말을 저에게 합니다. '완벽하게' 말고 무사히' 끝내는 걸 목표로 하면 그나마 덜 부담스럽거든요. 


 공연이 일상인 유명 가수들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긴장을 푸는 나름의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파이팅을 외치기도 하고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물건을 만지거나 사진을 보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개그우먼 장도연님은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상황에서 속으로 이런 주문을 외운다고해요. '나 빼고 다 ㅈ(ㄱ)밥이다!' 저도 가끔 써볼까 해요. 욕이면 어떻고 비문이면 어떤가요. 제일 중요한 건 나를 챙기는 일이니까요.  




     

 준비 없이 잘하는 사람은 알고 보면 '오래' 준비한 사람  

 어떤 일이든 미리 준비하는 것은 꼼꼼함과 성실함의 미덕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말하기에서는 ‘준비한다’는 행위가 조금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바로 ‘준비 없이 잘하는 사람’이라는 환상 때문입니다. 만약 아주 오래 전 과거처럼 나고 자란 생활권 안에서 평생을 사는 시대였다면, 익숙한 나의 생활반경을 넘어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나 필요가 전혀 없었던 시대라면, 말 잘하는 능력은 분명 타고난 재주였습니다. 연습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옆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과거의 유물과 같은 환상은 없습니다.    

 

 정말 준비 없이도 잘하는 사람은 ‘오래 준비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흔히 타고났다고 말하는 유명 스피커의 모습은 직전의 하루, 이틀, 일주일이 아니라 몇 년간 꾸준히 모니터링과 훈련 시간을 쌓아온 결과입니다. 축적된 경험을 통해 말하기의 상황과 패턴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즉흥적인 말도 여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잘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낯선 환경에서 성공확률을 높이고 긴장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준비하는 것 뿐입니다. 제 경우를 들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준비 수준이 100%라면 120%까지 미리 해 둡니다. 120%에는 행사라고 치면 예정된 음악이 안 나올 때, 출연자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수상자가 걸음이 너무 느릴 때 등등 수많은 사소한 상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당일 현장에서는 준비한 것의 ‘80%만 하면 돼’라고 자신에게 말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저는 긴장을 잘 다루면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1. 타고난 사람 
2. 떨지 않고 긴장 안 하는 사람   
3. 즉흥적으로(준비 없이도) 잘하는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저를 주눅 들게 했던 1, 2, 3번과 같은 표현을 지금은 칭찬으로 듣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별것 아닌 말들이 큰 벽처럼 다가왔던 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언어의 영향력'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때 잘못된 고정관념을 누군가에게 무심코 말한 적도, 스스로 기준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를 배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1.2.3에 가까운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1.2.3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1. 말하기는 의식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분야 - 필요하다면 배워서 잘 할 수 있다.
2. 긴장이나 떨림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 본 사람'이 덜 한다. 경험하거나 준비 하거나
3. 즉흥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오래 '준비'한 사람이다.     


 아기 때부터 코끼리 발목에 족쇄를 묶어두면 학습효과로 인해 성장한 후에도 풀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데도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게 되는 거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말하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성장하고 싶은' 누군가의 발목을 무겁게 하는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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