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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거나 미치거나 Mar 23. 2021

마티스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

수급불류월 : 달은 흐르지 않는다.

 


 '본질'이라는 주제에 대해 요즘 종종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뭘까.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하는 작업, 또는 직업, 내 모습이 바뀐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뭘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다가 시간이 모자라면 대충 이렇게 끝맺는다.'세상은 계속 바쁘게 돌아갈 텐데 너도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일단 지금 할 일부터 해' 맞는 말이지만 왜인지 마음이 개운치 않다. 사실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다.




 지난 주말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 특별전을 찾았다. 경쾌하고 특유의 리듬이 느껴지는 작품은 하나하나 그 존재감이 뚜렷했다. 드로잉, 벽화, 패브릭, 삽화 디자인, 건축디자인까지 종잡을 수 없어 보였지만 그의 본질은 하나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안락의자'같은 편안함과 즐거운 감정을 느끼기를 바랐다.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과 평온함의 예술,
즉 안락의자처럼 인간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는 예술이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지금 그의 작품은 인테리어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이다.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림을 접한다면 고작 선 몇 개로 이루어진 쉽게 그린 낙서처럼 보일 것이다. 또는 그림을 보면서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며 한 번쯤 웃고 지나갈 수도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도 이런 대화를 하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안락의자’ 같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말을 떠올린다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을 곱씹어 본다면, 우리가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이 장면조차도 작가의 의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일 것이다.









 물은 급하게 흘러도 물속의 달은 흐르지 않는다.
( 水急不流月 )


 그의 작품은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다. 하지만 과정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불가항력의 전쟁, 오랜 투병생활 등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물살 속에서도 그는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붓을 쥐지 못하게 되자 손에다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 붓을 못 들게 되자 가위를 들었다. <컷아웃> 기법을 시도한 것도 그 당시 투병과 고령으로 인해 이젤 앞에 앉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도와 탐험을 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갔던 한 아티스트의 삶. 강렬한 컬러의 작품보다 삶을 살아가는 그 태도가 더 깊이 와 닿았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시간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마티스에게 예술작업은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마치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어떤 단어가 가장 적확한 표현일까, 문단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의도'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태도'를 일치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말을 한 켠에 놓아두고 싶다.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1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의 달은 누군가의 마음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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