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몸치였다. 초등학교 때 체육대회를 하면 큰 키를 가지고도 동작이 재빠르지 못해 겅중겅중 뛰는 애들이 꼭 있는데 그게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 하루에 가장 활력을 주는 시간이다.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 빨리가 아니라 멀리 가는 것이 목적이다. 빨리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에너지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멀리 가기 위해 '적정 페이스를 유지'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낼지 방법을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슬로 조깅'이었다. 3주 정도 된 지금은 6km 이상 매일 뛴다. 당연히 잘 뛰는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딱히 내 기록을 비교할 생각이 없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눈앞에 반환점이 보일 때, 그만하고 싶어도 저기까지만 가자 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나를 그 지점까지 데려가는 것.
달리기를 하면서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오래 달리기 위해 필요한 것 세 가지. 호흡과 리듬, 그리고 힘 빼기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 정말 몸이 가볍게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딱 이 타이밍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음악의 클라이맥스 구간이 흘러나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이 있다. 좀 웃긴 말이지만 마치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서 필살기를 발휘하는 어떤 게임 캐릭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초보 러너라 6km를 달리는 중 이런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6km를 달리는 내내 얼마나 많이 달렸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는지를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하면 이른바 '필살기 구간'을 다시 맞출 수 있을까 하고 자세와 보폭, 호흡과 속도를 가다듬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40분이 금방 흐른다.
뛰면서 발이 아프거나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면 안 돼'라고 다그치는 말 대신, '조금 더 천천히 가자, 원래 페이스를 찾으면 돼'라고 말한다. 꼭 이렇게 몸에 힘이 들어갈 때 보면 나도 모르게 발보다 몸이 훨씬 더 앞쪽으로 더 쏠려있다. 무의식 중에 내가 오버페이스로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감각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제는 확신한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을 때 가장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