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작가아빠의 캐나다 초등학교를 알려주마 시리즈 5
유학이든 이민이든 처음 학교에 자녀를 보내게 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친구 사귀기가 아닐까 한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친구는 사귈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반 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등 많은 걱정이 앞선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본인의 자녀가 백인 친구를 사귀어 영어를 잘하게 되는 상상을 하면서 조기 유학과 이민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주제는 아주 민감한 질문일 수 있다.
이유는 각자의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유학맘(조기유학을 온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엄마), 이민자, 현지인(캐네디언)의 경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이런 것들은 유학원에서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유학맘의 입장을 보자면,
짧게는 1, 2년 내지는 3년의 유학기간 동안 멋진 학창 시절을 보내길 기대할 것이다.
백인아이들이랑 어울려서 영어도 엄청 유창하게 되길 바라고 왔을 것이다.
영어에 대한 적응은 몇 살 때 오느냐도 매우 중요하고 아이의 성격도 중요하다.
게다가 엄마의 노력도 역시 필요하다.
아이가 캐나다의 학교생활에 적응한다는 말은 곧 영어를 자유롭게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어느 정도는 의사소통이 되고 서로 공통된 관심사를 찾을 정도는 되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엄마의 욕심에 한국아이들하고 놀지 말고 캐네디언 아이들과 어울리라고 강요하지만 본인도 못하는 일이 아이들에게 쉬울 리 없다.
다음으로 이민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민자의 입장에서 보면 캐나다 학교의 특성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친구가 형성되고 그것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안정적인 친구관계가 이어지길 바란다.
아이들의 경우 2, 3년간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 갑자기 친구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의 경우 상처를 입기 쉽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국인이든, 캐나다인이든 오래 사귈 수 있는 친구들 사귀길 원한다.
흔히들 바나나라고들 부르지만 솔직히 최초의 캐나다 학교생활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한국 이민자 학생들이다. 학교에서도 유학생이 오면 영어가 능통한 한국 학생이 있는 반에 배정하는 편이다.
캐네디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의 눈에는 이민자든 유학가정이든 모두 한국인이다.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온 한국인들이 아닌 이상 거의 외국인이다.
내가 처음 만났던 이웃도 "얼마나 있다 갈 거니?"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거의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캐네디언의 경우 킨더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쭉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아 지역적 연대나 커뮤니티가 끈끈하다. 그래서 유학생이나 이민자의 자녀가 그 무리에 들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솔직하게 말하면 백인은 백인끼리, 인도인은 인도인끼리, 유학생은 유학생끼리, 그리고 이민자는 이민자끼리 모이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친구가 많지 않던 사람들이 캐네디언의 틈에서 무리한다고 해서 친구가 많이 생길 리가 없다.
외국 생활이란 유리천장이 있기 마련인데 아이들의 활동이 곧 부모들의 활동이다 보니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 오면 아이스하키를 해야지라고 하지만 학교마다 팀이 있지 않고 지역 리그팀들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은 커뮤니티 위주로 운영되어 여기 아이들이라면 4, 5살 때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지는 구조이다 보니 유학생이나 이민 학생이 갑자기 끼어들어가기 힘들다.
폐쇄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짧으면 1년, 2년 체류하다 본국으로 돌아갈 친구나 팀 멤버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팀의 경우 결원이 생기는 것이고, 베스트프렌드의 경우 예민할 사춘기에 갑작스러운 공황상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니 현지인과 친해지더라도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럼 마지막으로 아이의 경우를 보자면,
아이들 대부분이 본인의 의사보다는 부모의 결정에 의해 갑작스레 낯선 외국의 학교에 던져진 경우가 된다.
처음부터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들의 사회도 어른들의 그것만큼이나 치열한 사회이다.
게다가 말도 안 통한다니 정말 힘들 것이다.
내가 아이들의 학교에서 본 몇몇 아이들은 처음에 학교가기를 너무 힘들어했다.
하지만 대부분 곧 적응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적응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이 방과 후에 영어과외를 따로 시키기 때문에 영어도 빨리 느는 것 같다.
캐네디언 엄마의 경우에도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전쟁인 경우가 있다.
학교라는 시스템은 말이 통하건 말건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덧붙여 우리 아이들의 경우를 보자면,
알파벳만 아는 상태에서 학교를 보냈고 방과 후 과외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최초 2년 동안은 아주 가까운 친구는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의 여파로 1년 이상을 학교를 다닌 둥 마는 둥 하고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하였다.
그래서 영어가 느는 속도가 빠르진 않았던 거 같다.
덕분에 동네 아이들과 하루종일 어울려 놀기도 했지만 그게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사실 코로나 기간 동네 아이들은 정말 재밌는 여름을 보냈다.
또래의 아이들이 많아서 하루종일 놀고 이 집 저 집을 돌면서 놀고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다.
아들의 경우 2학년 후반이 되어서야 베스트프렌드가 생겼고 딸의 경우 2학년인 지금,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변함없이 수다스럽다.
여자아이라 그런지 영어가 정말 빨리 늘었다.
처음에 왔을 때 누군가가 아이들이 적응하려면 3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정말 그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우스운 주제이긴 하지만 5년을 살아본 경험에 의한 나의 결론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부모의 노력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너무 다그치지 않고 편하게 학교를 다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인인 이상 한국인에게 더 끌릴 수밖에 없고 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바란다면 유학생이든 이민학생이든 캐네디언이든 그들이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되길 바란다.
단기간에 영어능력을 키우고 돌아가는 것만이 아닌 좋은 친구를 서로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요즘엔 인터넷의 영향으로 세계 어디에 있건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대학교 3학년인 조카도 초등학교 때 조기유학으로 와서 사귄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다행인 건 최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한국인 친구를 기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호도가 다른 민족, 인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니 자신 있게 먼저 다가서도 된다.
부모든 아이든...
캐나다 초등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경험에 근거하여 아는 만큼만 성실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