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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우 Nov 13. 2015

내 아들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 두번 째 이야기] 주요한 언어를 배우거라 

내 아들딸아,

이번에는 너희들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확실한 무기를 알려줄 것이다. 무기라고 하니 마치 밖이 전쟁터라는 느낌이지?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나온단다. 

지옥...

대부분의 아빠 또래 아저씨들도 똑같이 느꼈겠지만 너희 형, 오빠들도 지금은 더욱 힘든 무간지옥을 맛 보고 있단다. 미안한 얘기지만 너희에게는 그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구나.


영어를 배워라. 정확히 말하면 평생동안 입에 달달달 붙여놔야 할 것이다. 적어도 너희 세대까지 영어보다 더 많이 쓰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게다. 어렵다고 창피해할 것도 없고 포기할 것도 없다.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잘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거다. 당연히 틀려야 하고, 입에 붙지 않고 답답해야 한다. 

 

영어라는 사람과는 가장 먼 친척뻘이 세 사람 있단다. 
아랍어, 일본어, 그리고 우리 한국어...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친척이면 더 편하고 먼 친척일수록 어렵다. 한국사람보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일반적으로 더 잘 하는 서양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게다. 그 사람들 기준에서도 먼 친척들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일본사람의 영어발음이 우리에게는 인도사람 영어의 그것보다 더 완벽하게 들려도 실상 듣는 사람은 정 반대로 느끼지. 조음기관이 달라서다. 너무 어렵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멀다. 그것도 아주~~~ 


그다음으로는 중국어다. 별도로 왜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으마. 

한국인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비슷한 역사를 수천 년간 함께 닮아왔기 때문이다. 

일본어는 덤이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가장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반대편에 영국, 독일, 프랑스가 트로이카 시대를 열어가듯이 너희 세대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은 여전히 삼국지 같을 것이다.  

     

나머지 언어는 틈날 때마다 배워두어라.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언어를 깨우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언어에 대해 감을 잡으려면 라틴어를 알아야 한다.

한자어가 어느 정도는  우리말의 어원이며 뿌리일  수밖에 없듯이 이들은 라틴어라는 엄마 아래에서 다 나온 자식들이다. 

자유자재로 구사할 필요는 없다. 원리를 알아두라는 것이다.      

프랑스어는 여전히 서양 상류층이 섞어서 쓰는 언어이다. 이들의 언어로 된 와인도 그 맛을 보기 전에 와인 공부를 해두면 여러모로 그 문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은  술이라기보다는 과일이 자연 발효되어 나온 산물이다. 그 옛날, 노아의 방주가 걸려서 멈췄다는 지금의 터키 동부 쪽 아라라스 산 근처에서 포도가 땅에 떨어진 것을 먹어보니 얼큰하게 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보아즈케레 라는 터키 와인 품종이 거기에서 왔다고 한다. 


꼭 알아두렴. 

자연적인 것일수록 수명이 길고 넓게 전파된다는 사실을...

인류가 인공적인 힘을 더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는단다. 


국제기구에서 프랑스어는 영어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미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있는 셈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훨씬 많이 쓴단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넓게  쓸수록 힘은 커진단다.      

지구상에서 다소 개척이 덜 된 지역 중 가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곳은 중앙아시아 일대다.  ‘-스탄’이라는 이름이 땅을 의미하듯이 이 말이 붙은 나라들은 ‘땅’을 지배해 온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터키어를 배워라. 우리와는 형제요, 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옛 핏줄이기 때문이다. 터키어를 배워두면 약 40개 국가의 형제들을 만드는 셈이다. 

유럽에서 터키어의 존재는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히스패닉 계들이 쓰는 스페인어가 미국의 서부와 남부 일대는 사실상 두 개의 언어로  지탱하듯이 터키인들은 유럽 땅에 점차 그들의 자손을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하고 알타이 어족이라는 닮은 점 때문에 배우기가 제법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아랍어는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나 터키어를 배우면 아랍어 단어의 상당 부분을 알게 된다. 터키어는 아랍어와 프랑스 어, 이탈리아어 등 일부 유럽 언어와 고유의 투르크 말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어다. 이미 미국에서 스페인어는 공용어나 마찬가지다. 실은 한국 사람들은 된 발음을 잘하기 때문에 히스패닉계 다음으로 완벽한 발음을 구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전 세계의 80% 이상 인류와 소통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지 마라. 

어렵다고 단념하지 마라.


하루에 한 단어씩만 해도 된다. 그냥 한 단어를 알게 되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고 기뻐하면 된다. 

어차피 언어라는 것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다 연결되어 있다. 나중에 머리로는 몰라도 가슴으로는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말이라는 게 인류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그리고 약속 중에서도 가장 쉽고 널리 쓰이기 위해 가다듬어진 것들이다. 

사람들이 일부러 가장 쉽게 만들었다면 너희에게도 쉬운 것이다.      

이렇게 많이 배워서 어디에 쓰냐고 묻지 마라.
쓰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배운다는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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