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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Jan 26. 2016

호주식 먹고 마시기 ③

나만의 호주 여행 기록

오늘은 지금 호주에서 '핫'하다는 식당에 가본 이야기다! 물론 비싸고, 위치도 관광객에게는 굉~~장히 애매하며, 예약도 미리 했다. 그나마 예약이 되었다는 것은 최근 아주아주 핫한 곳은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 여행 가서 맛을 체험해보려면 우선적으로 시장, 길거리, 편의점, 가정집 등을 거쳐야 하지만 한참 핫하다는 식당 체험도 중요하다. 관광책자에 나오는 위치는 좋고, 맛없는 비싼 식당 말고 조금 비싸더라도 한참 유행을 선도하면서 맛도 있는 그런 곳.


잠깐 먼저 얘기하자면 호주 식당들은 각 웹사이트에서 간편하게 인원수와 날짜 시간을 지정하면 간단하게 예약할 수 있다. 단,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예약금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하루 전까지 취소 통보 없이 가지 않을 경우에만 호주 달러로 40~50 달러 정도의 위약금이  청구된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에 식당 No-Show가 잠깐 이슈된 적이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카드 정보를 넣으라고 하니 아무래도 정말 갈 것인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식당들에서 하루 전에 예약 재확인 메일을 보내왔고, 취소를 원하면 전화나 메일상으로 연락 달라고  한 번 더 친절히 확인해주었다.  이때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으니 서로 간의 신뢰를 위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조금 공부를 하고 갔다. 그래도 예약까지 했는데 제대로 즐기고 싶어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메뉴판을 공부했다! 먹는 것만 좋아하지, 요리에는 전~~~ 혀 관심 없다 보니, 한국 식재료도 아는 게 거의 없는 수준인데 영어로 쓰여있는 식재료를 어찌 이해하리오. 물론 식당 직원들이 재료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주지만 기본 재료 이름을 못알아들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ㅡ


1. Ester, 시드니


혹시 예약시간에 늦을까 싶어 조금 일찍 가서 식당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볼 것이 거의 없었다. 약간 예술가들이 모여살 것 같은 분위기의 동네라서 살짝 거닐어 볼 수는 있어도 식사 전후로 둘러볼 것은 전혀 없다. 정말 이 식당을 위해서만 찾아가야 할 위치인데도 평일에 식당이 꽉 차는 것 보면 인기 있는 곳이 맞긴 한가보다.


사진 속 분위기의 식당으로 바와 주방이 보이고 이 앞에 테이블 열개 정도 있던가.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먹은 음식들을 좀 펼쳐보자면 애피타이저로 만두(crispy veg dumplings), 새우(king prawns) 요리를 시켰다. 물론, 입맛을 돋워줄 샴페인 한잔을 먼저 주문했다. 이날은 친구 생일이었는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며!


메인 요리는 다양하게 맛보고 싶어 도미 요리(snapper fillet )와 스테이크(flank steak)를 시켜 친구와 나눠먹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 쯤되면 배가 굉장히 불러온다. 친구는 디저트를 거부했지만 난 굳이 주문했다. 왠지 왠지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바로! 식당에서 준비해주신 작은 초코케이크와 초! 주문할 때 살짝 흘렸던 친구의 생일. 역시 인기 있는 식당의 센스답게 생일 축하한다며 촛불 켠 케이크를 갖다 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건 정말 그냥 기분 문제다. 초코파이 같은 초코케이크 하나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데, 내 말을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은 직원이 생일이라는 사실을 쉐프에게 전달하고, 쉐프는 또한 잊지 않고 디저트를 준비해주며 함께 생일을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마음.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주문한 three  milks는 3가지 우유로 만든 디저트였는데 캐러멜 같은 달달하고 촉촉함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2. Cutler & Co. 멜버른

Cutler & Co. 는 멜버른에서 상당히 유명한 쉐프가 성공시키고 있는 식당 중에 하나라고 들었다. 호주 식당 Top 10위 안에 늘 드는 곳인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예약이 수월했다. 1,2 위를 다투는 곳들은 워낙 비싸서 갈 수 없기도 하지만 보통 3개월 예약이 이미 꽉 차서 잠깐 머무는 관광객은 아주 부지런하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경험해보기 힘들 것 같다. 예약이 잘되었던 것으로 봐서는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건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ster 도 그랬지만 이곳 역시 밖에서 보면 식당이 있는지도 모르게끔 간판도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벽에 살짝 식당 이름만 쓰여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문 앞에 서성거리고 있어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들어가자마자 위치한 오픈 주방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는데, 막상 식사 중일 때는 보이지 않는 구조라 감흥이 좀 덜 했다.

이곳은 식전빵이 나와서 애피타이저로 야채 요리 하나만 시켰는데 Zucchini flowers 그러니까.. 호박꽃이라고 해야 하는 야채와 아스파라거스가 버무려진 음식이었다. 메인으로는 오리 (Dry aged duck breast), 갈비(Braised short rib)를 골랐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이드로 감자를 고른 것은 고기 요리들을 더 헤비하게 만드는 실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곁들일 야채로 골랐어야 했는데, 뭐 처음 가본 식당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니 그래도 맛있게 열심히 먹었다. 마무리는 망고 소르베로 디저트를 골랐는데 상큼 시원한 마무리는 언제나 옳다.



이번 여행에서 떠나기 전부터 예약을 하고 온 식당은 이렇게 딱 두 곳이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 내 식당 순위로 보면 Cutler는 10위권 안  Ester는 30위 전후 정도 한다. 이 순위라는 것은 늘 전문가 집단에 의해 평가되고 나의 주관과 상관없듯이, Ester 가 내 기억에는 훨씬 좋은 느낌이다. 맛, 프레젠테이션, 서비스  Ester는 모두 만족스러웠고,  Cutler는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특히 주문과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프로페셔널함은 아직 한국에서는 따라가기 힘든 부분인 듯 하다. 호주도 팁문화가 없으니 급여 체계가 이런 차이를 불러오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호주는 최저 시급이 20불 정도. 약 1,7000원)


맛이 감동적이라거나 놀라운 요리를 맛보진 않았다. 맛의 깊이로 치면 한식을 따라갈 요리가 어디 있으리~ 분위기로 치자면 친구 집에서 친구 가족들과 왁자지껄 먹은 바베큐가 최고지. 가격으로 치자면 기차역 어느 베트남 식당에서 먹은 5천 원 정도 하는 국수를 따라갈 음식이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도 하나의 문화로 봤을 때, 특별히 호주 전통 요리가 없는 상황에서 호주 모던 요리를 표방하는 식당들을 체험해 본 것은 현재 호주의 문화 수준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외국 나와 비싼 음식 신나게 먹으면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1.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

2. 쉐프들을 한국에 데려가서 17첩 반상을 맛 보여줘야 아 맛의 깊이란 이런 거구나를 깨달을텐데!

3. 미슐랭같은 순위가 맛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있다면 재밌겠다.


이렇게 호주에서 먹고 논 얘기는 일단락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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