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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Nov 07. 2015

소소한 일상, 작은 깨달음

내 인생 최대 허세, 그 후 소소한 이야기

내게 사람을 가린다고 했다.

인정했다.

눈치챘냐고 반문도 했다.  


자신은 잘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상대는 모른다고 가정했던 내 모습,

혹은 내 스스로를 딱히 정의해본 적  없지만, 타인이 명확히 짚어냈을 때

상대의 예리함에 감탄하면서도

아 다 티 나는 거였구나... 깨달음.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동안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이들을 돌보느라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어 버렸다고 했다.


다시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의도적으로 원을 그렸다.

내 원 안에 들어올 사람과  원 밖의 사람들을 구분했다.

원 밖의 사람들은 쓰러진다 한들 상관없다 생각했고,

원 안의 사람들은 어떤 잘못을 해도 그들의 편이 되리라 다짐했다.


어렸지만, 세상의 평화가 꿈이라는 미스코리아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물론.. 얼굴과 체형을 보고 먼저 알았지만...


새삼 분석 비슷하게 해보면,

어린 나이에 내 사람을 얻고 싶은 권력욕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집단 이기주의, 개인주의 같은 거창한 성향이라도 있었나 싶다.


다시 그녀의 이야기.

사람을 잘 관리한다, 인맥이 넓다, 그녀가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나 또한 여러 번 그런 말을 그녀에게 했었다.

실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듣고 기분 좋으라고 몇 번 말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그녀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답을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그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렸기에 이미 지쳐버렸다고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


결국 우리의 답 없는 수다 주제는 여기까지 흘러갔다. 


나는 그녀가 옳았고, 사람을 가리는 내 행동은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옳지 않다고 해서 행동을 바꾸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매 순간 변하는 답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삶'이 현재 나의 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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