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원서 1965, 번역서 2015(펭귄클래식, 컬러표지판)
제롬과 실비라는 20대 부부의 상상속 여유로운 윤택한 세계와 현실속 팍팍한 평범한 일상 대모험.
(‘대모험’은 저자가 초고에 붙인 제목이다)
윤택한 세계와 평범한 일상을 그려내기 사용한 것이 소비의 대상이 되는 ‘사물들’의 자세한 묘사. 제롬과 실비는 갖고 있는 사물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이 둘의 직업은 마케팅 조사원이다.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고, 상품을 볼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를 조사하는 일이니, 소비사회의 첨병 격이다.
소비사회학 관련 프랑스 쪽 저자 책을 볼 때마다(보들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만 봐도..) 도대체 프랑스의 60년대엔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했는데, 이 소설은 그 무렵의 프랑스 사회의 경제적 신흥 세력 및 젊은이들의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회의 변화를 원함, 내가 올라가고 싶으니까. 하지만 아예 망해서는 안됨, 나는 계속 적당히 잘 살고 싶으니까. 나는 운이 없음, 다른 사람들이 여유로운 건 운이 좋기 때문. 외국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름. 하지만 친구들과 최소한의 배경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나라에 있음. 사건 중심이 아닌 사물들의 설명 중심의 문장들로 가득찬 이 소설은 심지어 3인칭 시점인데, 덕분에 독자는 제롬과 실비의 생각의 과정과 편린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기도 하고, 한심하게 보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이 둘의 사고방식에 너무 공감되면서도, 또 찔려서 짐짓 아닌 척 그저 문장을 읽어내리기만 하곤 하게 되기도 했다.
<파리를 떠난 마카롱> 의 참고문헌 맨 앞 문장은 이렇다.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사람들에게 전직 사회학자였던 작가 조르주 페렉이 쓴 <사물들>은 필독서다. 이 책을 읽은 후 아래의 저서들을 참고하면 유용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르주 페렉이 사회학자라고 불리기에는 아쉽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말 맞는 얘기다.
김쌤의 추천이유
프랑스판 '한국이 싫어서'라고나 할까? 소비문화에 지친, 하지만 여전히 부유함을 갈망하는 청춘의 빈곤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화려한 파리를 떠나 튀니스에서 270km 떨어진 스팍스의 중학교에 자진낙향한 이 스물을 갓 넘은 부부는 그 오지에서 원하던 삶을 찾았을까?
정답.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