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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소비자학자 Aug 10. 2018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상률 옮김

원서 1970, 번역서 2015 문예출판사 버전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 그 신화와 구조>는 당대 사회, 즉 19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을 ‘소비사회’로 명명하고, 그 소비사회의 특성을 기호, 신화, 풍요, 낭비, 차별, 계급, 희소성, 향유, 통제, 재사회화, 개인, 모델, 충족, 유희, 미디어, 육체, 기능, 성, 광고, 여가, 대상, 타자, 폭력, 피로, 악마, 망령 등의 키워드를 동원하여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키워드들을 통해 저자는 욕망이 산업화된 상황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욕망의 산업화란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정한 상품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상품이 있고, 그 상품을 팔기 위해, 상품을 갖지 못한 상황을 욕망으로 만들어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서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다. 기준점과의 단차가 있을 때 생기는 위치 에너지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어로 potential, 잠재적인 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 에너지는 단차를 줄이려고 할 때 운동 에너지가 되어 겉으로 드러난다. 

소비사회에서 미디어 등을 통해 상품을 기호화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는, 계급의 단차를 의도적으로 주어 욕구를 잠재적 에너지로 만든 후, 구매행위를 통해 단차를 해소하며 발산된 욕구가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일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난 에너지는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풍요로워진다고 여겨지므로, 자본주의는 새로운 상품으로 욕구를 계급화하여 끊임없는 구매행위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구매행위는 생산적인 활동이다. 또한 교육과 노력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매행위의 주체인 소비자들은 정보와 시장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학의 역할'이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소비자학의 태동은 1988년 서울대의 학과명 등장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소비에 대한 담론은 가정관리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논의되었었다. 그러나  ‘소비자학'이라는 독립된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소비"라는 개념은 사회적 의미, 자본주의에서의 정체성, 정부/기업에 대응하는 삼각 구조의 한 축 등의 다양한 과제를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1988년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이 맞물렸던 탓이 크다. 7~80년대 독재를 통한 고속화된 계획성장, 아시안게임/올림픽을 통한 성과물의 전시, 말 그대로 ‘살림살이가 나아진' 개별 소비자들의 구매력 확장 등과 더불어, 물건의 사용가치에 대한 차별화 마케팅,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과소비의 충돌, 전근대사회의 신분제라는 공통된 함의를 대체하는 기호로서의 대량생산 공산품 등이 80년대 후반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그리고 <소비의 사회> 저작의 배경이 되는 68혁명처럼, 87년 민주화운동 이후로 사회적 개인과 개인화된 개인의 행동은 의미를 구별하여 봐줄 필요성도 생겨났다.

소비자학은 “소비자의 복지 향상과 건전한 소비문화 형성을 위하여 필요한 제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홈페이지, 학과소개) 소비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보드리야르는 만들어져 주입된 욕망을 경계했고, 그 이유는 모두가 같은 욕망을 갖는 것이 결국 사회적 통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이 시대에 소비행태의 진정한 자유를 갖는 것도 당연히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소비자학에서 정교하게 연구된 소비자 행태가 결국 욕망의 산업화를 공고히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었다.



김쌤의 추천이유

"나이키는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라 승리의 상징이다" 하는 식의 비평은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나온 이후로 그렇다.  소비의 상징성 · 기호성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원전이다. 프랑스 철학자 아니랄까봐 서술이 난삽하고 개념이 어렵지만, 찬찬히 읽으면 이 책은 헤르미온느의 마술 주머니 같다. 소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끝도 없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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