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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Dec 11. 2023

참을 수 없는 그 이름, 아드벡 19 한정판.

Ardbeg Traigh Bhan 19y.

외로움을 논할 거라면 누구보다 고독함을 즐길 자신이 있는 쇠똥구리 같은 나의 삶에 위스키라니. 사실 위스키도 혼자서, 아니면 둘이서 방구석에서 즐기는 것이 시작이었다.

어쩌다 은둔생활에 가까웠던 삶에 밀물같 활기가 들이닥쳤나. 위스키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이 시작이라 하면 부정할 수는 없겠다.


물론, 잔을 기울이것이 활동적이라 할 수는 없다. 굳이 집 밖을 나갈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잔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집착과 고집을 더한다면 집 밖을 나가는 것 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재작년에는 제주면세점 위스키를 사려고 비행기를 타고 가서는 위스키를 사고는 바로 돌아왔다. 단지, 시간이 없었던 탓이고, 위스키는 사야 했다.

애호가들에겐 별난 일은 아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술장 위놓인 아드벡 19 트라이반 두 병을 보고는 입고리를 씰룩거렸다.


얼마 전에는 트라이반 배치 5가 면세점에 풀렸다는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였지만 여건이 안되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여행 가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세점에 들렀다가 운이 좋게도 딱 한 병이 남아 있는 걸 우리가 건졌다. 이 날 로또를 샀어야 하는 게 아니었냐며 한참을 떠들었더랬다.


작정하고 찾아갈 때면 번번이 실패한 탓에 이마음을 가볍게 거나 빠른 포기를 하는 편인데, 기대도 없이 사고 싶었던 물건을 할인가격에 구매를 했으니 우리는 이미 하늘 위를 날고 있었.


게다가 탑승시간이 한참 남아 어슬렁대 히스 씨는 가장 값이 나가는 담배면세가에서 50% 행사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광대를 한 껏 치켜세운 채 무거운 몸을 덩실거렸다.


확실히 그날 우리는 로또를 사야 했다.


여행에서의 득템찬스를 그냥 넘길 순 없었지만 이미 버킷리스트를 채웠기에 여행더욱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럼 우리의 정신줄을 놓게 만든 아드벡 19 트라이반에 대해 써야겠다.

아드벡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가 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드벡 19를 가장 맛있다고 꼽았다.(참고로 히스 씨는 다크코브를 꼽았다.)

그런데 '아드벡 19 트라이 '이 제주 면세점에 풀렸다하니 ‘퀵턴(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바로 돌아오는 것)’을 해서라도 한 병 정도는 꼭 갖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비라는‘퀵턴’이었다. 더듬어보니 이 날 웬일로 바쁜 나를 대신해서 히스 씨가 홀로 비행기에 올랐었는데, 날씨까지 사나웠던 탓에 히스 씨에게 또 하나의 무용담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아드벡 19를 볼 때마다 그날의 일을 뿌듯하게 회상하는 듯하다.

뭐, 뿌듯한 일이긴 하지.



아드벡은 2019년 9월에 19년 숙성한 한정판 제품군에 Traigh Bhan(try van으로 발음.)이라는 네이밍을 도입했다. 이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드벡과는 달리 매년 라벨에 배치 번호를 명확히 표시하고, 증류시기를 보여주는 코드와 해당 배치의 짧은 시음 노트를 써넣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아드벡이 해당 보틀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본래의 아드벡이라면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 줄 만큼 친절하 않기 때문이다.


아드벡의 전형적인 트라이반는 ‘불가능한 균형’이라 불릴 만큼 매우 균형 잡혀 있다.

또, 그 맛이야 말해 뭐 하겠나. 


새하얀 모래사장을 걸으면 발걸음과 모래가 비벼지며 노래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현지에서Singing sands로 불리는 트라이반 해변.


또, 그 이름에 영감을 받아 이름 붙인 아드벡 19 트라이반 배치시리즈.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도 진지하고 깊으며, 무엇보다 부드럽다.


이런 위스키를 놓칠 수 겠는가.



달리레코드 @dali.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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