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다고 큰일 안 나더라
퇴사했다. "직장 줄 잘 잡고 있으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이때에, 퇴사해버렸다. '최악의 실업률', 'IMF보다 더하다'는 헤드라인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리고 지금, 달려왔던 내 인생을 돌아보며 잠시 쉬고 있다.
2020년 5월 퇴사할 예정이었다. 연초에 그렇게 계획했다. 전 세계적 전염병이 하필 내가 퇴사하려던 시점에 터질 줄은 몰랐을 뿐이다. 기업들이 취업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존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문제는 일하는 게 너무 괴롭다는 거였다. 애초에 일이 괴로워서 그만두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억지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몰리니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결국 이런저런 생각과 결심을 통해 맨몸으로 툭 나와버렸다. 퇴사를 결정하는 순간 우울과 고민의 터널을 지나 화사한 햇빛을 마주하는 듯했다. 회사는 나의 퇴사 통보에 적잖이 충격받은 모양이었다. 특히 퇴사 후 별 계획 없이 쉰다고 하니까 말이다."이 시국에? 너 미쳤어?"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계속 있었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으니 존버나 퇴사나 미친 선택인 건 똑같다)
퇴사한 지 약 두 달. 결과적으로,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어쨌든 지금 행복하다. 옳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10년 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겪은 우울증, 퇴사한 지금 느끼는 자유와 불안함, 코로나 시대에 백수가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는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하고자 한다.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내 경험담을 읽으면서 '이런 인간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본인의 선택지를 늘렸으면 좋겠다. 망할 것 같다가도 어떻게든 굴러가는 이 굴렁쇠 인생을 함께해주세요!
그럼 즐퇴~! (즐거운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