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에 문제가 생겼다.
평소처럼 책상 위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왼쪽 귀가 먹먹해지면서 삐- 소리가 났다. 평소에도 이명이 있어서 잠깐이면 괜찮아지겠거니 싶었는데 20분 동안 증상이 계속됐다. 구글에 쳐봤다. 한쪽 귀 먹먹... 전문가 칼럼을 봤는데 '돌발성 난청'과 증상이 비슷하다.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급하게 시계를 봤는데 6시 15분. 병원 마감까지 15분 남았다.
미친!
동네 병원을 검색했다. 6시 30분까지 하는 병원 두 개를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운영 하나요? 지금 가려고요."
"저희 6시에 진료 마감합니다."
"아.. 넵"
다른 곳에 전화했다.
"운영 하나요? 여기서 5~10분이면 가요."
"아.. 잠시만요. 오늘 원장님이 스케쥴이 있으셔서..."
망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용기 내 한 마디를 던졌다.
"제가 지금 갑자기 귀에 문제가 생겼거든요.. 어떻게 안 될까요?"
"원장님이 괜찮다고 하시네요. 얼른 오세요."
하...다행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잠옷 차림으로 롱패딩만 입고 달렸다.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어지럼증은 없었다. 대신 균형감각이 다소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
병원에 다급하게 도착.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귀를 살폈다.
"음~ 염증은 없는데요?"
'하 다행이다.. 건강염려증이 또 염병을 떨었군'
"청력검사 한번 해보시죠."
청력검사는 소음이 차단된 방에서 헤드셋을 쓴 뒤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웬만큼은 들었다고 생각했다. '흠 개쉽군 이 정도면 정상인 거 같은데 뭐가 문제지?'
"왼쪽 청력에 살짝 문제가 있네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왼쪽 청력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날락 말락 한 수준이라고 했다.
평소에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퇴사해서) 스트레스도 적고 따로 지병도 없는데 갑자기 청력이 나빠졌다고. 선생님도 자세한 원인은 모르니 약과 함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진짜 이런 느낌이었음. 순간 '천국의 계단'의 최지우가 생각나며 염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온갖 의문이 새벽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만약 정말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가 청력을 잃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라는 생각까지.
약봉지를 들고 털레털레 돌아오면서, 정말 지루하고 평범한 전개이지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건강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다. 부디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이런 결론이 나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