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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Apr 27. 2020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인의 명과 암

분명 나는 4월에 퇴사할 예정이었는데 말이지 

코로나19가 기승이다. 한국은 한풀 꺾이는 모양새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의 확장세는 아직 대단하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코로나19로 내 인생이 이렇게 다이나믹해질 줄 알았을까?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나왔다고 하더니, 갑자기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ㅎㅎ... 뭐 별일 있겠어?'라 생각했지만 창궐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재빠르게 대응했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재택근무, 솔직히 좋았다. 사람에 따라서 재택이 업무효율이 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반대였다. 집에서도 집중이 잘 됐으며, 점심시간에 요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퇴근은 3초컷에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취미 시간도 많아지고, 가족들과 대화를 할 시간도 많아졌다. 요리에 취미를 붙였고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행복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세상에 음과 양이 존재하듯 명에는 암이 있다. 경기는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우리 회사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고,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은 휴직을 불사하고,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나는 본래 4월 퇴사하고 치앙마이로 한 달 동안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면서, 치앙마이 에어비앤비에서 매일 수영 칵테일 마사지를 즐기며 그간 고생했던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랠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늘길이 막혔다. 누구도 한국인을 반기지 않으며, 전 세계 어떤 이도 편안하게 국가를 나다닐 수 없다. 특히, 이 시국에 누가 휴양을 떠나겠는가. 있다면 그는 매우 부자일 것이다. 얄밉다. 


그 누구에게도 책임은 없지만 억울해서 미치겠다. 나는 이제 쉬면서 새로운 삶에 대해 꿈 꾸고 있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굳어버린 취업시장 때문에 회사에 찰싹 붙어 먹고 살아야 하는 이 슬픔. 물론 대표와 경영진들은 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 힘들다는 건 아니다........


그 때문인가. 우울증이 다시 돌아왔다. 회사가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단계를 이미 한 번 거쳐서 그게 얼마나 피곤하고 자존심 상하고 귀찮은 일인지 안다. 그런데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이 회사에 계속 남아 있던 자신을 탓해야지. 문제는 더이상 내가 이 일에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우울하다. 난 더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데 회사는 열심히 하라고 한다. 회사가 그만큼 보상을 해줄지도 모른다. 계속 우울감에 빠져있었더니 괜찮아졌던 우울증의 강도가 심해졌다. 다시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래도 월급은 나오지'라고 핀잔줄 수도 있다. 그렇다. 누구나 다 힘든 시기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세상은 바란 것은 아니다.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서 그 이전의 소중한 삶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우리 그때까지 존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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