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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가 끌리는 이유

아내 씀 남편 그림

by 우마왕

누군가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야 잘 산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잘 산다고도 한다.

그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그가 이 쪽 끝에 있다면 나는 저 쪽 끝에 있다.


그는 몽상가.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머릿 속엔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친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고, 모든 일에 반드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이상주의자이다.
나는 현실주의자. 정돈된 삶을 선호하며 머릿 속은 대체로 논리정연하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하는 일이 더 중요해서 그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실용주의자이다.

재미삼아 해본 MBTI 검사에서 우리는 공통점이라곤 단 한 개도 없는 알파벳을 부여받았다. 그는 INFP, 나는 ESTJ.


연애를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일요일 저녁 영등포에서 데이트를 할 때였다. 늘상 월요병에 시달리는 나는 '아, 내일 회사가기 싫다. 어디로 정처 없이 떠나고 싶다.' 라고 매번 일요일이면 하는 위클리 망상을 늘어놓았다.


그 때 그의 눈빛이 빛났다. 그리고나선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기차표를 구하려고 했다. 그 시간에 대체 어디를 가며, 내일 회사는 어찌한단 말인가. 당황한 나는 그를 가까스로 말렸지만 그는 진심이었다. 정말이지 아찔한 순간이었다.

완전히 다른 우리는 오늘도 같은 공간에서 오손도손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세계여행을 꿈꾸고, 나는 아파트 입주를 꿈꾼다. 그는 이 글들을 모아 책을 낼 생각을 하고, 나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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