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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기를 좋아해

아내 씀 남편 그림

by 우마왕

10월부터 만남을 이어가던 우리에게 닥친 첫 기념일, 바로 빼빼로데이! 십 대도 아닌데 남사스럽게 무슨 빼빼로데이냐고 한다면 변명할 말은 없지만, 그것이 또 연애의 묘미지 않겠는가. 단, 빼빼로를 정성 들여 만들지는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남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파티시에가 내 정성까지 모아 모아 만든 빼빼로를 사들고 그를 만났다. 빼빼로보다 더 신나는 일은 오늘 내가 고기를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날은 월급 (내 월급일은 10일이다) 바로 다음 날로 한 달 중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지난번에 회식으로 방문한 후 꼭 다시 와야지 다짐했던 그 고깃집으로 그를 안내했다. 우리가 간 곳은 그 식당의 2호점이었다. 본점보다 약간 썰렁 하긴 했지만 고기는 여전히 맛있었다. 5인분을 가볍게 클리어하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쿨하고 멋지게 영수증을 들고 가 계산을 했다. 계산하시던 사장님이 기분이 좋으셨는지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셨다.

이 테이블이 오늘 제일 많이 드셨어요!


둘이서 삼겹살 5인분을 먹은 것이 뭐가 그리 대수인지는 모르겠으나, 고깃집 사장님의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향한 그날의 마지막 코스는 선유도였다. 한적하고 까만 한강과 그 사이에 반짝이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단순 소개팅 남녀에서 정식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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