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마왕 Oct 24. 2019

아직도 세탁소에서 바지 줄이세요?

재봉틀


드르륵 10분이면 수선 완성!



집과 회사만 오가는 지루한 일상을 조금 바꾸려고 시작한 취미 중 하나가 재봉틀이다보통 미싱(mishin)’이라고 많이 말하는데일본어다영어로는 소잉 머신(sewing machine)’이라고 한다추측컨대 머신이 미싱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재봉틀을 배워 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나는 본업보다 취미를 부업으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정확히는 굿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한창 사진을 찍었을 때는 엽서를 만들어서 팔아 보겠다는 생각에 몇 십 장씩 엽서용으로 보정해 샘플들을 받았는데 막상 돈을 받고 팔려고 하니 영 내키지 않았다결국 친구들에게 다 나눠 주고 첫 번째 굿즈 사업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파우치를 하나 선물받았는데원래 파우치라고는 쓰지도 않다가 무엇을 담는 주머니가 생기니 크기별로 갖고 싶었다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이 필요해지면 생각이 보통 이렇게 흐른다.



‘파우치가 필요해’ → ‘이 정도는 나도 만들어 볼 수 있겠는데?’ → ‘기기를 사야겠다’





기기 욕심이 있는지라 크게 고민 없이 사는 편인데재봉틀은 달랐다우선 독학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천과 재단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최근 들어 알았지만 재봉틀도 얼마든지 독학을 할 수 있다아무튼 그래서 무작정 커리큘럼이 괜찮아 보이는 개인 공방에 한 달 과정을 들었다.





두 시간 정도 수업을 들으면 파우치코튼백방석 등을 만들고 매주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두어 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드르륵’ 박는 데만 집중하면 고민은 잠시 접어둘 수 있었고잘못 박아도 다시 뜯으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한 달이 두 달이 되고반년이 되고일 년이 돼서 서툴지만 옷도 만들고 파우치도 계속 생성해 냈다그리고 앞으로도 코튼백과 파우치를 무한 생성하겠다는 마음으로 70여만 원짜리 재봉틀을 집에 들여 버렸다.


공방 수업을 그만둔 이후로 한동안은 주말마다 파우치와 코튼백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돈 주고 좋은 거 사지 만드는 거냐’, ‘노후 준비하는 거냐며 가족은 나를 별나다고 했지만 곧 줄여야 할 바지가 있었다며 나에게 여러 벌을 수선 맡겼다장담컨대 바지 기장 줄이는 수선비를 5천 원이라고 했을 때 나는 가족에게 10만 원 이상 봉사했다앞으로도 수선 비용은 계속 절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변 몇몇 사람이 내가 즐겁게 미싱 하는 것을 보고 같이 수업을 듣거나 미싱을 따라서 샀는데크게 만족해 했다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바지 기장 줄이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파우치와 코튼백이 많이 필요하다면 재봉틀을 추천한다무거울수록 흔들림이 덜하고 안정적으로 박히는데개인적으로 30만 원 대 정도 제품을 사면 적당한 것 같다. 20만 원 이하는 흔들림이 좀 심하다이보다 비싼 건 괜히 부담스러우니까.


재봉틀을 하면 천 좀 사 보겠다고 동대문 시장에 놀러 가서 조각 천이나 색색깔의 실부자재 등을 사오는 소소한 재미가 있고주변 사람의 바지를 줄여 주고 생색을 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살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살면서 한 번은 사 보기를 권하는 쏠쏠한 아이템이다.





밑단은 두 번 접어서 박으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잘 때 뭐 입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