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몸짓

읽어주는 이 없어도 글을 쓰는 바보 같은 몸짓을 하는 우리

by 임성현

목요일 밤 8시,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8주차 마감을 위해 단골인 찻집에 앉아 있다. 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대표님도 모니터를 쳐다보며 글을 쓰고 있다. 끊이지 않는 잔잔한 음악과 달리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자꾸만 끊긴다. 직장인으로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나도, 글을 쓰는 사이사이 손님을 맞이하는 대표님도 마감과의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열 몇의 다른 분들도 각자의 장소에서 목요일 마감에 쫓기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 모습들이 한없이 귀하고 귀엽다. 작가도 아닌 우리가, 어떤 강요도 받지 않은 우리가 이 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서 누군가 땅에 떨어진 참새를 내 손에 쥐여 주고 간 적이 있었다. 어찌할 줄을 모르던 어린 나는 두 손에 참새를 떠받친 채 엉엉 울어버렸다. 파닥이는 날갯짓 사이로 느껴지는 희미한 박동이 낯설어서, 나보다 더 여린 존재가 가진 동그란 눈이 귀여워서. 자꾸만 놓아 버리고 싶은 느낌을 참고 한 손으로 참새를 받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날아가지 못하게 감싸듯 쥐어 집으로 데리고 가는 동안, 울음이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희미한 박동을 울리던 참새는 곧 눈동자를 감았고 나는 잠시나마 내 곁에 머문 그 작은 새를 집 앞마당에 묻어주었다.

가끔 나는 마치 참새를 두 손에 쥔 듯 세상 앞에서 우울해진다. 삶이 자꾸만 낯설어서, 반대로 삶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간극을 메우지도 못한 채 미끄러질 때가 있다. 손에 올려놓은 삶을 낯설어하면서도 그렇다고 날아가지도 못하게 다른 한 손바닥으로 감싸듯 쥐고 있는 모습이 꼭 그날과 같다. 다만 그럴 때면 이제 쉽게 울거나 웃지 않는 나는 참새를 땅에 묻듯이 삶을 글 안에 묻는다. 손에 머물던 참새가 더 나은 곳으로 가길 바라던 그날의 마음처럼 내 곁에 머물 이 낯설고 아름다운 삶이 더 나은 곳으로 향하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요즘 누가 그런 걸 좋아하느냐고 누군가 말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어디에선가 분명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그리 많지는 않더라도. 나 또한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학교에 놓아둔 나와, 마감을 밀어둔 대표님은 열 시가 넘도록 여전히 단어를 나열하고, 어미나 조사를 바꾸고 있다. 마치 작은 평수의 집이지만 애정을 갖고 자신의 공간을 할 수 있는 한 꾸며보려는 자취생 같다.

이 밤,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은 어딘가 더 있을것이다. 오늘 우리가 글을 쓴 이유는 서로 소소하게 다를 수 있지만 작가도 아닌 우리가, 읽어주는 이 없어도 글을 쓰는 바보 같은 몸짓을 하는 우리가 글에 묻어둔 삶이 앞으로의 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그 양분을 믿는 우리가 만나는 목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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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제목은 ‘바보 같은 춤을 추자(서이제, 위픽, 2025)’에서 인용하였다.

** 같은 책, 작가의 말 중에서.





글, 사진 :: 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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