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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Apr 20. 2016

커피와 나

나는 스무살이 될때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이유를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똑똑해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확인된 연구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릴때 어딘가에서 20세 미만의 성장기 청소년이 커피를 마시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꽤 승부욕 강했던 나는 그 말을 듣곤 20살이 될때까지는 절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스무살이 되었고 나는 친구들과의 만남자리에서 종종 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여전히 어렸던 난 커피의 쓴 맛이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자연히 가장 좋아했던 커피 메뉴는 초코의 달달함이 섞인 카페모카였다.


커피가 내 삶과 가까워진건 대학교 3학년 때 즈음 부터였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이 되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주 찾아왔고, 학과공부라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커피를 자주 찾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똑똑해지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커피의 위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에 덜 깬 잠이나 점심 먹고난 후의 노곤함을 깨워주기에 커피는 매우 유용한 도구였다.

도구로서의 커피는 대학원 생활이 끝날때까지 나와 내내 함께했다.

커피의 맛 같은건 잘 알지 못했다. 내게 커피는 나를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었으니까.


언제쯤이었을까. 커피, 그것도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즐기게 된건.

대학원 생활이 끝나고 시험에 떨어져 재수를 시작한 때부터였던 것 같다.

학교 앞의 맛있고 싸기로 유명한 카페에서 아침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는 게 나의 큰 낙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던 걸까.


요즈음도 아침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마시는데, 이제 커피는 스스로 무료한 일상에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가끔 운동하고 근처의 유명한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마실때면 참 행복하다.


이제 커피는 더 이상 멀리해야만 하는 존재라거나 내 삶을 위해 일방적으로 이용되는 도구가 아니다.

카페의 정갈한 분위기와 커피의 향과 맛은 나를 즐겁게 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것들을 즐기고 함께 어우러지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는게 가끔은 재밌다.

이 정도의 재미로 충분한 거겠지.

살아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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