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직 봄을 말하기엔 이르다.
때문에 '봄'을 주제로 한 글을 써야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봄이 느껴질까 싶어 시간을 흘려보내도 보았지만, 여전히 내 삶은 겨울과 달라진 것이 별반 없는듯 하다.
날씨는 여전히 춥고, 꽃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고, 내 삶은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오랜만의 외출에서 봄의 흔적을 찾고자 이리저리 살폈지만, 보일락말락한 꽃망울들은 여전히 봄은 오지 않았다는 인상만을 심어주었다.
스무살의 나는 봄을 많이 탔다.
4,5월의 캠퍼스는 벚꽃과 철쭉같은 꽃들로 만발했다. 그러면 내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어나 그 화려함에 감탄하고 괜히 설레이곤 했었다.
꽃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가끔 꽃이 징그러워졌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변한다는 걸 알게 되고, 꽃이 번식을 위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을 즈음이었을까.
그때부터였나보다, 가을을 타게된건.
뜨거운 여름이 끝나고 차가운 공기가 내 콧가에 와닿으면, 나자신도 그 타는 열기에 불타 시들해진 것만 같았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배우고, 또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쓸쓸한 계절.
요즈음은 왠지 그 계절이 그립다.
가을이 오면 무언가 달라져있을까.
가을에 태어난 내겐 어떻게 보면 가을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봄이다.
올해는 그런 마음으로 나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어찌되었든간에 시간은 흘러가고 계절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봄은, 결국에는 오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