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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Dec 18. 2016

여름휴가

걸어서, 제주

여름에 비슷한 처지의 백수였던 친구 하나와 함께 즉흥적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중학교 때 가족여행으로 간 이후 13년여만인가, 제주는.

그 친구와 알고 지낸지 꽤 오래되긴 했지만, 같이 여행을 떠나리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사이였는데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우울감을 공유하게 되면서 급격히 동질감을 느끼게 된 우리는 시간도 많은데다 우울감을 좀 덜어보고자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값 마련하기도 빠듯한 백수였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걷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단순히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고, 걷기를 통한 치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빠른 이동수단을 타면 놓칠 수 밖에 없는 풍경을 담고 싶기도 했다.

그 선택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다시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오전 아홉시쯤 공항에 떨어진 우리는 일단 시내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공항의 표지는 차에게는 친절했지만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해서 우리는 나가는 출구를 못찾아 한바퀴를 뺑돌아야만 했다^^;

게다가 여행 첫날은 일요일이어서 일요일 오전에 문을 여는 가게가 별로 없었다.

겨우 문연 가게를 찾아 간단히 냉면과 열무국수로 아침을 떼우고, 버스를 타고 이호테우 해변으로 향했다.

한 달 전 즈음에도 제주여행을 했던 친구가 제주 버스는 부산 버스와 달리 서울 버스처럼 내릴 때 꼭 카드를 한 번 더 찍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 한달이 멀다하고 서울엘 다녔었지만 한 번도 내릴 때 카드를 찍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충격을 뒤로 하고 제주의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이호테우 해변에 도착했다.

까만 돌담과 이호테우 해변을 상징하는 목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시작이구나!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해변길은 항상 아름다운 풍경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바다를 끼기도 했다가 마을 한 중간으로 들어가기도 했다가 찻길로 나가기도 했다가 그랬다.

해안가의 해녀 아주머니들이 보이자 내가 진짜 제주에 있다는게 새삼 실감이 났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재촉하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제주 해안을 즐기면서 힘들면 또 쉬어가면서 걷고 또 걸었다.

첫날의 목적지 애월항 도착!

여기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첫날 숙소가 있는 곽지과물해변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밤에는 숙소에서 하는 투어를 이용해 근처의 절구경을 다녀왔다.

제주도 시골이라 밤에는 할게 많지 않다.

절에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돌이 있었는데, 소원을 빌고 돌이 안들리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고 돌이 들리면 소원이 안이루어진다고 설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올해 안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 후 돌이 들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소원이 이루어졌다. ㅎㅎ

절투어가 끝난 후 숙소 주인아저씨는 갑자기 중간산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더니 한번 가보자며 중간산으로 차를 몰았는데, 한참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길이 지나자 화려한 샹들리에가 들린 가게가 나왔다. 아저씨는 가게에 가볼건지 물었지만 우리는 대답을 피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첫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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