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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즌2가 기대되지 않는 ‘Dr. 브레인’

*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른 이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다는 ‘뇌동기화’란 작중 설정은 ‘컨닝’, '치팅(cheating)'의 서사다. 나의 기억을 누군가가 파악하고, 읽을 수 있도록 타인에게 허락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살아있을 당시 기억을 읽는 주인공 고세원(이선균 분)의 뇌동기화라는 테크놀로지는, 고인이 살아있을 당시엔 허락받지 못할 ‘기억의 엿보기’를 고인의 동의 없이 주인공 마음대로 엿볼 수 있다는 설정이기에, 생전에 동의를 받지 않고 죽은 이의 뇌를 엿보는 컨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Dr. 브레인’은 뇌동기화라는 고인의 치팅을 통해 미완의 퍼즐을 맞춘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갖는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단서가 고세원의 주변에선 찾기 어려운 나머지 죽은 사람의 뇌 엿보기를 통해 단서를 맞춘다는 점에서 ‘Dr. 브레인’은 여타 추리물과는 다른 독창성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Dr. 브레인’은 원작 웹툰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지 않고 각색을 도모했다. 각색으로 인해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도출됐는데 드라마의 결말이 시청자의 눈높이와는 이질감 있는 결말로 마무리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4회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던 전개는 5회부터 텐션이 확 풀리는 맥 빠지는 결말로 치닫기 때문이다.       


웹툰과 달라진 결말은 리처드 K. 모건이 2002년에 공개한 SF 소설 ‘얼터드 카본’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얼터드 카본’은 한 개인이 갖는 생전의 기억과 자아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라는 설정을 통해 SF적 불로불사라는 개념을 창출한 소설이다.      


사람의 몸이 늙어 수명을 다하더라도, 저장소에 이상이 없으면 다른 육체로 저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제 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는 소설 ‘얼터드 카본’의 설정이 ‘Dr. 브레인’에선 문성근이 연기하는 명박사가 고세원에게 털어놓는 본심을 통해 드러난다.     

‘Dr. 브레인’ 속 각색된 결말의 문제는 엉성한 가족주의다. 고세원이 아들을 되찾기 위해선 정신적 아버지인 명박사를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한다. 살부(殺父) 신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작동해야 아들을 구할 수 있는데, 드라마의 문제는 아들이 넘어야 하는 오이디푸스적 콤플렉스라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 시청자가 동의 가능한 궤적으로 서사가 진행돼야 함에도 이를 가족주의로 해결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치밀하게 직조되지 못한 가족주의가 드라마의 완결을 위해 향해나간다.     


애플tv+는 다른 해외 OTT 경쟁자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Disney+)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옥자’를 필두로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축적해온 덕에 ‘지옥’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매달 새로운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신규 가입자가 추가로 유입되는 넷플릭스,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마블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다수의 오리지널 드라마 ‘완다비전’과 ‘팔콘과 윈터 솔져’ 등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에 비해, 애플tv+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매력적인 콘텐츠가 경쟁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한국에 상륙했다.      

그 첫 발을 내딛은 도전이 ‘Dr. 브레인’이고, 드라마의 마지막을 통해 시즌2를 암시하지만 시즌1의 전개만 본다면 다음 시즌을 기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런 결말이었다면 차라리 웹툰 전개대로 각색 없이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Dr. 브레인’이 왓챠피디아 평점 2.9, 프랑스 평론 사이트 알로시네 전문가 평점 3.3을 기록(왓챠피디아와 알로시네 모두 5점 만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미디어스 (사진: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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