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페이스, 케이던스 말고, 그냥 달리기
최근에는 케이던스를 175 이상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달리면서 애플워치를 계속 내려다보면서 달리게 되더라고요. 케이던스가 떨어졌을까, 지금은 잘 달리고 있나를 계속 체크하는 거죠. 덕분에 지금은 170 이상의 케이던스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오늘은 애플워치를 보지 않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오늘 아침에 달리러 가기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아무것도 없이 달린 적이 언제인가‘라는 문장을 본 것이 떠올랐거든요. 의식적인 훈련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저 문장을 보면서는 ‘그냥 달리는 것’ 자체를 즐겨본 순간이 언제인지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아주 오래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에어팟도 끼지 않고, 애플워치를 보지 않으면서 달려봤습니다. 그렇게 달리니 제가 편안한지에 집중하면서 달릴 수 있었어요. 케이던스를 유지하면서 달리려고 할 때면 오히려 페이스가 들쭉날쭉하고, 더 힘든 느낌이었어요. 오늘은 다른 것에 신경을 안 쓰니 케이던스도, 페이스도 신경 쓰지 않으니, 제 몸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어요. 특히 에어팟을 끼지 않고 뛰니 저의 호흡과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오늘의 러닝은 호흡도 편하고, 발자국 소리도 가벼웠답니다
두 번째로 좋았던 점은 마음 편히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었어요. 저는 러닝 기록을 나이키 러닝 클럽으로 하고 있는데, 사진과 영상을 찍을 때면 페이스 기록이 떨어질 거라 아쉽기도 했어요. 오늘은 어차피 신경 쓰지 않기로 했으니, 사진 찍고 싶은 풍경이 있을 때는 멈춰 서서 마음 편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페이스, 케이던스라는 숫자에 대한 관심을 저의 생각으로 돌릴 수 있었어요. 최근에 알게 된 소리 명상도 달리면서 해볼 수 있었아요. 제 호흡 소리와 발자국 소리뿐만 아니라, 바람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딱 걷기 좋은 날씨라고 말하는 마음속 목소리들을 하나씩 살펴볼 수도 있었어요.
덕분에 오늘도 잘 달렸다는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네요! 혹시 기록과 페이스, 케이던스, 거리 같은 숫자에 너무 신경 쓰면서 달린다면 한 번쯤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느낌에만 집중해서 달려보시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