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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러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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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 Cap Sep 01. 2024

2024년 8월 러닝 정산(런말정산)

달리면서 떠오른 날 것의 생각 러닝일기

어제 <이제, 글쓰기>라는 책을 읽었어요. 이번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에피소드를 한번 내보려고 하거든요. “작가가 되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나는 작가다”라는 부분이 확 끌려서 읽게 되었어요.


읽으면서 많은 밑줄을 쳤는데, 그중에 이렇게 글을 날 것의 글을 쓰게 만든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서 계속 글쓰기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교묘하게 글쓰기를 피한 것이다.

책을 쓰려고 하면서, 계속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쓰면 잘 쓰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정작 글을 쓰지는 않고 말이죠.


“진실은 이것이다. “세상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라.” 지금 당장 묵혀 둔 계획은 모조리 취소하고, 한 가지 프로젝트만 선택해서 밀고 나가라. 그것이 책이든 한 편의 기사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지금 할 일은 그 선택한 것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끝을 보는 것이다. 한 번 끝내는 법을 배우면 다시 시작하는 법도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프로젝트도 시작해서 마무리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라.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다리는 일뿐이다
- <이제, 글쓰기> (제프 고인스 지음, 박일귀 옮김) 중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바로 쓰는 게 좋겠지만, 사실 아직도 많이 두려워요. 괜찮은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 그리고 하나씩 쓰면서 발행하면 앞과 뒤의 내용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계속 떠오르거든요. 지금까지 썼던 브런치 글들도 ‘발행’을 누르기까지 엄청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보고도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매번 꾸준히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포기했던, 중단했던 것은 역시나 너무 완벽하게 쓰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제 <이제, 글쓰기> 읽고, 오늘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 글로 써보기로 했어요. 아직도 날 것의 글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그래도 좀 더 편하게 발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의 러닝을 최대한 기록으로 남기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하고 있었던 것을 브런치에서도 하면 되겠더라고요.

완벽한 글보다는 달리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짧더라도) 쓰고, 공유하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어요. 완벽한 것보다는 그냥 있는 떠오른 생각을 솔직하게 쓰는 것부터 말이죠. ‘발행’ 버튼을 누르고 생각을 밖으로 던져보는데 익숙해지는 것부터 해보려고요. 짧은 글, 날 것의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아닌 것도 쉽게 쓰고,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첫 글은 오늘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을 한번 풀어볼게요!

오늘은 9월의 첫 날인만큼 8월의 달리기를 정산을 해보려고 해요.

2024년 9월 1일의 달리기


8월에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45km 밖에 뛰지 못했어요. 사실 8월이 시작될 때에는 11월 JTBC 마라톤 준비를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어요. 하지만, 8월 중순에 발목 통증이 시작되면서 2주간은 뛰질 못했어요. 잠깐 괜찮아지면 뛰고, 다시 통증이 생겨서 결국에는 병원을 갔어요. 진료 결과는 골극으로 인한 통증이었어요. 골극이라는 증상은 인대나 관절이 다치거나, 약해져서 오히려 뼈에 자극이 되면 뼈가 뾰족하게 자라는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괜찮아졌다가, 다시 통증이 오는 것이 반복될 수 있을 거라고 해요.  


부상을 당하고 나니, 못 뛰는 것이 점점 더 걱정이 되었어요. 11월 JTBC 풀코스 마라톤에서는 올해 3월에 뛴 서울마라톤보다는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8월의 총 달린 거리를 보니, 더 아쉬웠어요. 다른 러너 분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달리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좀 더 잘 달리기 위해서는 러닝 마일리지를 잘 쌓아야 하는데, 부상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게 스스로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문득 산티아고 순례길의 순간이 떠올랐어요. 초반부에 무리하다가 정강이 통증이 왔고, 그 통증 때문에 완주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도 있었다는 걸요. 그때도 제 자신을 너무 과신했던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걷고 싶은 욕심 때문에 초반에 무리를 했거든요. 그러다 부상이 심해졌고, 결국 하루에 걷는 거리와 속도를 줄이게 되었죠. 부상을 당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할 때는 완주를 못하면 어쩌지, 걷는 날이 많아지면 그만큼 쓰는 돈도 많아질 텐데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하지만 천천히 걸었던 덕분에 더 멋진 풍경을 마음 편히 볼 수 있었고, 완주를 할 수도 있었죠. 후반부에 잘 회복이 되었을 때는 오히려 처음보다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되기도 했어요.


그 경험이 떠오르니 지금의 부상도 어쩌면 더 멀리 가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고 내 몸에서 알려주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리를 무시하고 더 달리게 되면 더 달리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오늘도 뛰러 나갈 때는 10km 이상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8.7km만 달리고 멈췄습니다. 더 달릴 수도 있었겠지만, 아프기 전에 멈추기로 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속도와 거리를 부러워하지 말고, 지금 내가 달릴 수 있는 속도와 거리를 달리면서 조금씩 늘려가면 되는 것 같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배우고, 마인드풀러닝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에서도 배웠던 것이니까요. 앞으로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오래오래 즐겁게 달리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이에요. 꾸준히, 천천히,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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