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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Jan 31. 2023

Ecuador는 Echo of the heart (2)

너의 마음이 들려


쿠엔카의 어느 목장에서 말을 타는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아이답지 않게 무뚝뚝하여 어떤 상황에도 웃지 않았다. 진지하다 못해 심각해 보이는 소년은 어른보다 한 몸이나 작았지만, 자신보다 다섯 배는 큰 말을 아이처럼 다루고 있었다. 이방인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과 말에 대한 책임감이 어우러져 강한 카리스마가 풍겼다.


어른들은 그를 단지 ‘꼬마’라고 여길 수 없었다.

어른이라는 자들은 소년의 몸짓 하나하나에 깃든 진한 권위에 끌려갔다. 오히려 단단히 고삐를 쥔 소년을 믿고 ‘꼬마’가 되어버린 건 안장에 올라탄 나였다. 안정적인 말발굽 소리를 유도하는 소년은 말들의 세계를 지휘했다. 산을 한 바퀴 돌고, 드디어 내가 말에서 내려오자 소년이 능숙한 손으로 고삐를 끌었다.


그때 소년이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얼굴에는 안도감과 자부심이 동시에 서려있다.

그리고 기대하지 못했던 약간의 수줍음도.


‘나는 이 말들이 세상 최고로 좋아요!'라는 소년의 메아리가 들려왔다.



<She is a dot> Cuenca, Ecuador ©hu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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