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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Feb 01. 2023

Peru는 Perhaps Love

소유보다는 사랑

   

안데스가 빚어낸 색들은 영험하여, 도저히 보기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아무래도 손에 넣고 나이가 들 때까지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죠. 쿠스코의 가게들은 그런 마음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에 가져갈 전리품들을 고르고 담아 가방에 넣습니다. 어제 올랐던 마추픽추의 혼이 알록달록한 장식품에 깃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들이 나가면 연이어 소유욕을 한 방 장전한 사람들이 또 들어오죠.


저라고 욕망을 장전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방을 보며 마음을 접었습니다. 안데스를 쑤셔 넣기엔 가방이 너무 작았어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빈 손으로 들어가도 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 돌아가는 게 선물일 거라는, 희한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곧 내가 당신들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됐습니다. 포도를 마주한 여우의 시디 신 심정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불필요한 치장이 사라지고,

소유하고 싶은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으며,

누군가의 가치를 내 가치로 착각하지 않는 정도가 되면

아마 그건 내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가졌으므로

        다른 것을 가질 필요가 없다.




<She is a dot> Cusco, Peru ©hu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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