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이 들려
쿠엔카의 어느 목장에서 말을 타는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아이답지 않게 무뚝뚝하여 어떤 상황에도 웃지 않았다. 진지하다 못해 심각해 보이는 소년은 어른보다 한 몸이나 작았지만, 자신보다 다섯 배는 큰 말을 아이처럼 다루고 있었다. 이방인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과 말에 대한 책임감이 어우러져 강한 카리스마가 풍겼다.
어른들은 그를 단지 ‘꼬마’라고 여길 수 없었다.
어른이라는 자들은 소년의 몸짓 하나하나에 깃든 진한 권위에 끌려갔다. 오히려 단단히 고삐를 쥔 소년을 믿고 ‘꼬마’가 되어버린 건 안장에 올라탄 나였다. 안정적인 말발굽 소리를 유도하는 소년은 말들의 세계를 지휘했다. 산을 한 바퀴 돌고, 드디어 내가 말에서 내려오자 소년이 능숙한 손으로 고삐를 끌었다.
그때 소년이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얼굴에는 안도감과 자부심이 동시에 서려있다.
그리고 기대하지 못했던 약간의 수줍음도.
‘나는 이 말들이 세상 최고로 좋아요!'라는 소년의 메아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