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지역 특산물이 아니어도 책방에 가는 이유
사람마다 여행을 가면 꼭 하는 행동 같은 게 있다. 어떤 사람은 마그넷을 모으기도 하고, 그 장소를 그림으로 그려오는 사람도 있으며, 지역의 소리를 녹음해서 오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는 그 지역의 서점을 들러서 책을 사는 것이다.
해외여행 같은 경우는 서점을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지나가다가 서점이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오는 편인데,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가기 전에 어느 서점을 들를지 꼭 먼저 검색을 해본다. 심지어 서점 때문에 숙소를 고른 경우도 있다. (예. 경주 라한셀렉트 '경주산책', 부산 아난티코브 '이터널저니')
책 파는 데가 다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점 규모에 따라, 어떤 책을 어떻게 배치하고 판매하는지(책 큐레이션)가 모두 다르다.
그렇게 들른 서점에서 책을 산다. 그럼 그 책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사실 책이란 게 지역 특산물 개념이 아니라서 어디서 사나 똑같은 물건이지만, 특별한 장소에서 어떤 기분이나 상태에서 그 책을 골랐느냐가 더해지면 특별한 물건이 된다. 그리고 해외 여행지에서는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우리 집에는 그런 기념품들이 쭉 있는데 몇 개만 예시를 들어보자면,
- 대만 출장 중에 샀던 어린이 중국어 교재 (중국어를 막 배워보려던 참이었고 직장 동료가 추천해 준 책이었다)
- 영국 어학연수 중에 샀던 리오 퍼디난드 자서전 (당시 좋아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 일본 여행 가서 여러 서점을 돌며 사모은 슬램덩크 전권세트 (당시 일본 현지 친구가 큰 도움을 주었다)
등이 있다.
국내 여행을 할 때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지역의 서점이 오래도록 유지되고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브로드컬리 시리즈로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2권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서점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인터뷰 대상은 대부분 서울의 소규모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이었어서 지방의 현황은 잘 알지 못하지만) 책을 마진율 자체가 높지 않은데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지 않고, 인터넷 서점이 발달되어 있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주문은 인터넷으로 하는 사람도 많으며, 책보다는 함께 음료를 판매해야 월세와 유지비를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주변에 책을 더 친숙하게 자주 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내 여행을 가면 꼭 책을 사고 음료도 주문해서 마시고 온다.
지금도 일본 교환학생 시절에 대형서점이나 BOOK OFF라는 헌책방에 자주 놀러 갔던 것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상당히 오래전 일이지만 그 서점의 분위기와 사람들, 복작거리는 속에 아늑함, 책 제목을 보고 책을 꺼내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호기심들이 연쇄반응을 일으켰던 거 같다. 그리고 뭔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도! (심지어 언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인도에 갔을 때에도 나는 서점에 갔다)
사용하는 언어나 분위기가 달라도 책방이 주는 아늑하면서도 광활한 어떤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책 한 권 한 권이 다른 세계로 떠나는 웜홀 같은 역할을 한달까? 세상에 똑같은 서점은 그 어디에도 없으면서 세상의 모든 서점이 공유하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어딜 가나 꼭 서점을 둘러보고 구경하는 것들 즐긴다.
다음 여행은 또 어디가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을 찾아봐야지! :)
* 참고 링크
사진: Unsplash의 Marwan Haid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