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생 취미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일본어능력시험 JLPT를 보고 왔다.
2016년에 N3에 합격하고, 2017년에 N2에 합격했다.
이후로 2017년, 2018년, 2021년 N1에 응시했지만 모두 불합격해서 올해 2024년, 다시 N2를 보고 왔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친구 따라 강남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작년에 혹시 점심시간에 일본어 스터디 하면 함께 할 생각이 있냐는 동료의 질문에 "네! 꼭 끼워주세요!"를 외쳤었다. 실제로 상반기에 일본어 스터디를 하는 모임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스터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멤버들은 (사실상 나를 제외하고 모든 멤버) 상반기에 시험준비를 해서 7월에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었다. 나의 경우, 상반기 아직 어느 급수를 봐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 일단 보류하고 뒤늦게 하반기 12월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
꽤 오래전 이긴 하지만 N3와 N2에 합격했던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N1을 봐도 떨어지는 건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N3나 N2도 고득점으로 합격한 것은 아니어서 기초부터 다시 봐야 할 것 같았다.
원래는 N3부터 봐야 할 것 같아서 N3 교재를 사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고, 상반기 시험이 아닌 하반기 시험이라면 N2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하반기 시험을 신청하는 9월 즈음에는 안식 휴가 중이었고, 9월에 시간도 많고 12월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괜찮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일어서 N2를 신청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독학 공부법을 검색한다.
역시 시간을 많이 들여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학습하고 독해와 청해를 연습한다.
다른 길은 없다.
평일 점심시간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회의실에 모여서 간단히 회사 점심을 테이크아웃 해서 먹고 각자 공부를 했다. 응시 급수가 같지 않기 때문에 같은 강의를 보거나 같은 문제를 풀거나 하진 않았다. 중간에 서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대답하고 약간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주로 각자 공부하고 싶은 교재를 가져와서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주로 문제집을 풀었다. 초반에는 단어도 외우고, 문법 공부도 하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짧더라도 따로 집중해서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할 짬이 많지 나지 않아서 이 시간을 활용해서 모의고사를 쪼개서 풀었다.
평소 출근길 지하철에서 종종 일본어를 듣기도 했다. 단어를 듣기도 하고, 문법을 듣기도 하고, 청해 문제를 듣기도 했다. 귀로는 일본어가 들어오고 있어도 딴생각을 하거나 멍 때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본 걸 귀로 복습하기도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입모양으로 따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일본어로 된 만화책을 보기도 했다. 집에 좋아하는 작품의 만화책 원서가 있어서 그걸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했다. 이미 드라마화되어 있는 작품으로 여러 번 보아서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화책으로 볼 때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유추하면서 읽기 좋았다. 어떻게든 눈과 귀에 일본어를 노출시키려고 노력했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출근 준비를 할 때 거의 일본어 유튜브를 틀어두었다. 단어를 알려주는 유튜브, 문법을 예문과 함께 읽어주는 유튜브, 일본어 강사님이 해주는 적중특강 등 세상엔 좋고 무료인 콘텐츠가 정말 가득했다.
그 외에,
일본 드라마도 꾸준히 보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행인 건 이번엔 1교시인 언어지식과 독해에서 모르는 문제가 있었을지언정,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일본어 단어를 보고, 읽고, 들으면서 언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적은 시간이라도 나름 공부했던 시간이 있다 보니 약간의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점심시간 이후 1시 10분까지 입실하여 1시 30분부터 3시 15분까지 1교시 시험이 진행되는데,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휘 쪽 문제는 아는 문제이냐 모르는 문제이냐가 단박에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절약했고, 문법 고비를 넘기고 나서 독해를 풀 때는 남은 지문 개수와 시간을 체크하면서 풀었다.
1교시에서 너무 진을 빼지 않아서인지 2교시도 꽤 할만했다. 1교시 진도는 스스로 나가야 하지만 2교시는 듣기 평가라서 페이스를 따라가면 되는 입장이라 에너지 소모도 덜하고 따라가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크게 힘들지 않게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덧. 고사실이 약간 추웠는데 그게 오히려 집중이 잘 되게 해 준 것 같다.
번외 코멘트.
오늘 시험장에는 한 고사장 당 25명의 응시생이 있었고, 결시생은 4명 정도 있었다.
군인이 두 분 계셨고, 우리 고사장에서 내가 제일 고령자인 것 같았다.
오늘 시험 보신 많은 젊은이들, 응원합니다. 간혹 있었을 나 같은 어른이들도요!
내년에는 상반기든 하반기든 N1을 이어서 응시해 볼 생각이다.
매거진 이름 그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외국어 공부!
사진: Unsplash의 Ben Mu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