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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만장 이형사 Oct 29. 2022

새로운 시작 앞에서 흔들리는 아이들

우리가 알아야 할 학폭이야기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3월부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속 풍경은 어떨까?


4월에 필자가 담당한 학교에서만 세 번의 자살 관련 신고가 있었다. 중학생 A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자살 시도 직전에 1388로 전화해서 가까스로 구조됐고 다른 중학생 B는 가정불화로 죽고 싶다는 문자를 선생님에게 남기고 소재 불명이 됐다가 스스로 마음 돌리고 학교로 돌아갔다. 고등학생 C는 기숙사 내에서 폭행을 당한 직후 117로 신고해 “자살하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소외감, 학업 스트레스 시달려


중학생 A는 3학년이 되면서 친한 친구 두 명과 반이 나뉘었다. 두 명은 같은 반이고 A 혼자 다른 반이라 쉬는 시간만 되면 그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3월이 지나고 4월 초에 이르니 둘 사이에 A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개학한 지 두 달 만에 관계의 단절이 생긴 것이다.


어른들은 “반이 나뉘었으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네가 이해를 하렴. 새로운 친구를 사귀도록 노력해 보렴.” 하고 쉽게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는 ‘친구들과 싸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지? 그럼 앞으로도 새 학기마다 이런 식일 텐데, 나는 이런 식으로는 살기가 힘들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친한 친구 무리에서 느낀 소외감에 학업 스트레스가 더해져 등굣길 아침에 옥상으로 향했다.


3~4월은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한편으로 긴장이 공존하는 시기다. 낯선 선생님과 급우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A처럼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친했던 친구의 교실로 찾아가 새로운 친구와 사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새 학기 증후군(new semester blues)’이라고 부른다.


‘격한’ 공감으로 극복 도와야

새 학기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로 배정받은 반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고, 학교생활에서 답답한 점은 무엇인지. 학교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아이의 새로운 흥밋거리나 어려움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한다. 부모와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요즘 말로 ‘격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청소년 시절,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이야기해주는 게 좋다.


A는 그 일 이후로 잠시 학교를 쉬었다가 다시 등교했고, 요즘은 5월 첫 주에 치를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관내 청소년 문화센터에도 등록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를 못 사귀어도 여기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시시 웃으면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문화센터에 잘 등록했고 시설이 좋더라고 열심히 이야기한다. 문화센터에서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 BTS의 노래 ‘Magic Shop’을 틀었더니, “선생님도 아미세요?”라고 묻는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 줄 Magic Shop.’


A에게 특히나 잔인했던 2022년 신학기가 BTS의 노래 속에 흘려 들어가 영영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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