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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14. 2023

홈런 한 방을 위해 날린 200번의 헛스윙

난 해외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 누군가 내게 말해줬던 "20대의 가장 큰 재산은 사람과 경험"을 몸소 실천하고 싶었다. 업에 대한 목표나 비전, 하다 못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은 없었다. 그저 내가 했던 2년 남짓한 경험을 바탕으로 취직을 하고 일하다 보면, 그 일이 나를 다음 단계에 데려다줄 거라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몇 가지는 꼭 지키고 싶었다. 그것은...


한국 회사는 NONO. 

나를 포함해 국적이 다른 사람이 5명은 있는 곳. 

한국 출장의 기회가 있는 곳

무역/포워딩 분야

(지금 보니 너무 유치해서 적을까 말까 고민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바로 첫 번째,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취직하는 게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은 그때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일도 해 봤는데 여기까지 와서 굳이 한국 회사를 다녀야 하나? 싶었다. 통장이 텅장이 되어 가고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가 되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나의 마지노선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엔트리 레벨, 주니어 직군의 연봉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나도 한국에서 2년 정도 일한 경력이 전부라 높은 연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에 비해 한국 회사에 들어가면 동 포지션 대비 높은 연봉을 받는다. 한국인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으로도 돈을 더 주는 편이기 때문이다.(고국을 떠나온 구직자에게 정말 매력적인 조건이다.)


싱가포르에 온 지 6개월 후 겨우 취직했으나 그 회사를 한 달 반 만에 나오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재취업을 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그 마지막 10개월에 내게 오퍼를 준 회사 중 한 곳은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한국 회사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다른 자리에 비해 25~30% 정도 높았던 것 같다.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현지 회사를 선택했다.


“이제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는데, 좀 더 일찍 오지.”

9월에 싱가포르에 갔다. 만나던 헤드헌터들이 종종 내게 말했다. (참고로 싱가포르의 구직시장 피크 시즌은 3~10월) 무슨 배짱인지 영문이력서도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나서야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튼 도착하고 나서 부랴부랴 만든 레주메로 내게 처음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DHL이었다. DHL이라니! 이름만 다 대면 아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 아닌가! 게다가 내가 관심 있는 물류와 관련 있는 곳이었다! 난 ‘예상 면접 답변’을 달달 외워갔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 면접 과정에는 간단한 영어시험(토익과 아주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도 있었다. 싱가포르에 간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본 면접이었다. 정말 아주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화투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초장 끗발 개끗발"


그 후로 나는 해외취업 도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 구직 사이트에서 "Korean", "Customer service", "Logistics" 등의 키워드를 넣고, 레주메를 뿌리는 게 내가 매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회사든 헤드헌터든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그 누군가들과 면접이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당시 싱가포르에 있던 웬만한 헤드헌터 회사들에 한 번씩은 다 들렀을 거다. 그들과의 만남이 직업 소개로 이어지든 아니든 그래도 그들과 대화하며 이 나라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그걸 영어로 하고 있으니 영어 실력도 조금씩 늘었다. 그리고... 그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ㅠㅠ 


아무튼 그 당시 정말 신기했던 건 한국에서는 그렇게 나를 물 먹였던 대기업을 넘어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글로벌 기업들에서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점이었다. 삼성, CJ 같은 곳을 비롯해 DHL, Apple, Wall Street Journal 등의 회사와 면접을 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 회사의 사무실을 들락거리면서 해외취업은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닌 유일한 분야인 구직에서 나는 절망적인 무소식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지원, 면접, 무소식, 다시 면접의 루프를 반복했다.

"아무나 그냥 날 좀 받아주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취업 전략은 이거였다. 서류통과가 되어도 면접에서 많이 떨어졌던 이유는 이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특별히 가고 싶은 업계도, 일하고 싶은 포지션도 없었다. 그저 내가 한국에서 해외영업(무역)과 영업관리 분야에서 일했으니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러지 마시길... )


 ‘혹시 이 되지도 않는 꿈이 나를 말려 죽이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정말 패배자가 되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고 도서관이 문 닫는 시간에 나왔다. 아침에 온 Job 사이트를 뒤지고 지원한 후에는 영어 공부와 면접 준비를 했다. 약 삼사십 개의 예상 질문을 만들어 놓고 그에 대한 답변을 열심히 준비하고 달달 외웠다. 그렇게 하지 않은 날은 하루를 낭비한 것 같아 괴로웠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한 회사로부터 잡오퍼를 받았다.

그나저나 그 6개월 동안 어떻게 버텼을까? (물론 6개월보다 더 버텨야 될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다음에 한 번 적어볼게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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