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해외취업의 현실
해외취업할 때 감당해야 할 것들
① 항상 마음의 준비를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싱가포르는 이직이 잦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이직이 쉽다는 건 회사와 직원 간 유대관계가 약하다는 말이다. 특히 해고가 많기로 유명한 금융업계가 싱가포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다 보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
입사한 지 4개월이 되어가는 무렵, 나와 함께 입사했던 두 명이 이틀째 보이지 않았다. 단지 휴가 간 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행방을 알려준 건 옆 동료였다.
“들었어? 걔네 잘렸대.”
해고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들이 나와 같은 날 입사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걸 눈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었다. 따뜻함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여기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가혹했다. 내가 해고당한 것처럼 나는 한동안 충격에 빠졌다. 무엇이 우리를 갈랐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수습 기간을 두고 입사한 것이었지만, 수습 기간 후에 누군가 해고당하는 걸 본 건 솔직히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다른 한 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는 처음 나를 면접 봤던 이사였다. 회사가 날 죽을 때까지 먹여 살린다는 생각은 당연히 안 하지만, ‘정글 같은 사회’란 말을 제대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사실 더 놀랐던 건 그 후로 해고 당한 사람들의 상태(?)였다.
"요즘 면접 보고 다니고 있어. ^^"
내 생각보다 정신적 충격이 적어 보였다. 나 같으면 우울증과 식음전폐 콤보를 시전하고 있을지도 모를텐데.. 그때 생각했다.
'나나 대부분의 한국인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것과 이들이 회사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다른데? 얘들은 생각보다 안 심각해. 한국인이 너무 열심히 잔뜩 힘주고 산다는 또다른 증거일까?'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나의 자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오히려 일을 손에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나는 그 환경에 무섭도록 빨리 적응했다. 언제든 끝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끝이 왔을 때 아쉬움을 줄이려 열심히 일했다. 잘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사실 한국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고 회사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지만, 싱가포르에서 회사와 나는 정말 별개였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를 절절히 느끼며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졌다. 어쩜 이건 내가 남의 나라 땅에 살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해외에 오실 분들은 본인이 관심 있는 나라의 분위기가 어떤지 한 번 생각해 보셔도 좋을 것같다.
사실 더 중요한 건 해고보다 이직이 몇 배는 많다는 사실. 그러니 너무 겁먹지는 마시길 ;)
페라나칸하우스. 예쁨.② 가깝고도 먼 당신, 비자
외국인이 싱가포르 내에서 일을 구하려면 회사에서 신청하고, 노동청이 승인하는 워킹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미국의 J1비자처럼 국가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고 그 비자 소지자를 회사에서 고용하는 식의 나라들도 있을거다. 해외취업을 하고 싶다면 본인이 가고 싶은 나라의 비자가 어떻게 발급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좋다.
나는 싱가포르의 워킹비자인 WP, SP, EP를 다 가지고 있어 봤다. 쉽게 발급받은 적도 있고, 거절(Reject)당한 적도 있다. 내 비자가 처음 거절당했을 때 빨리 나를 부려먹어야 하는데 비자가 안 나오니 HR이 들들 볶였다고 들었다.
그때 내 비자가 다시 거절당했다면 나는 한 달 안에 다시 일을 구하거나 싱가포르를 떠나야 했다. 싱가포르에서 직장을 그만둔다면 가지고 있는 워킹비자의 종류에 따라 최소 일주일, 혹은 한 달의 시간 동안 싱가포르에 머물 수 있다. 당연히 그 이상 거주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하며 세금도 내고 몇 년 살던 사람의 비자가 종료됐다고 해서 길어봤자 한 달의 기간만 주는 것만 보며 참 냉정하다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워킹비자는 2년간 유효하다. 아무리 회사에서 날 20년 동안 고용하고 싶어 한다 해도 노동청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하는 비자는 대부분 2년이 최장이다. 물론 별 문제없으면 회사에서는 알아서 2년 후 이 비자의 재발급 신청을 하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의 사정 때문에 비자의 종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의 비중이 높고, 외국인과의 비즈니스로 경제가 돌아가는 싱가포르 치고는 비자에서 좀 까다롭게 구는 느낌이다.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는 등 아무것도 안 할 거면 외국인은 이 땅에 있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요즘 지구 트렌드가 그렇듯 모든 나라가 외국인에게 배타적으로 변하고 있긴 하다. 2017년경 호주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던 457 비자가 폐지되고, 다른 비자로 대체된 적이 있었다. 외국인을 다 죽일 셈이냐며 모든 외국인의 분노를 몰고 왔던 새로운 비자는 내가 갖고 있던 싱가포르의 보통 워킹비자와 별 차이 없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새삼 싱가포르가 예전부터 비자에서 얼마나 팍팍한지 느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우리(외국인)를 먼저 지치게 만들어서 싱가포르 땅에서 내보내려는 수작 아닐까?”
그 작은 카드 하나에 울고 웃는 삶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
③ 4대 보험, 퇴직금 같은 거 없음
남의 나라에 살면서 완벽한 보험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여긴 회사가 직원을 위해 내주는 직장인 보험이 없다. 물론 시민권이나 영주권자들은 세금을 따로 내는데,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병가를 내고 회사에 진단서와 영수증을 내면 그 돈을 돌려주긴 하지만 그거 빼고 별 다른 복지가 있나 싶다.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에게도 같은 혜택이 주어지긴 하지만, 우리가 맨날 아프지는 않으니…
싱가포르에선 세금을 1년에 한 번 내는데 1년에 한 번 내는 양이 거의 자신의 월급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같은 양이라도 그걸 12번에 나눠내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내다보니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 세금을 대신 내주는 걸 복지로 내세우는 회사도 있다.(주로 파견근무 오거나 높은 직급 분들을 대상으로 함.) 세금을 적게 내니 복지와 관련해 할 말은 없지만,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살아라는 식이다. 내가 제일 놀랐던 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도 가입비를 내야 하는 거였다.
싱가포르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복지를 증진시키기보다 다른 쪽으로 사람들의 삶을 신경쓰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 밀집 지역에 어린이집을 많이 둔다던가, 점심 값을 저렴하게 한다든지를 통해 말이다. 호커 센터 Hawker center라고 불리는 에어컨이 없는 푸드코트에서는 가장 저렴하게는 5불 내외로도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며,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이런 곳을 많이 이용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겠지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잔인한 싱가포르다.
하지만 세금을 적게 낸다는 사실은 젊고 건강한 싱글 혹은 커플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유리하다. 자식이 없으니 세금 혜택 같은 건 필요도 없고, 세금을 적게 내고 그대신 돈을 모을 수 있으니까.
"물가 높잖아요. 돈이 모이나요?"
음.. 돈이 모이긴 한다. 솔직히 이건 개개인의 소비패턴과도 연관이 있는데다 다른 분들의 은행 계좌 속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내가 많이 모았다 적게 모았다 뭐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나는 돈을 잘 모으는 편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둘이 살림을 합치게 되니 거기서도 도움받았을 거다.
아무튼 나나 남편은 싱가포르에서 돈을 잘 모으고 그돈으로 다른 나라에서 집을 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땡큐, 싱가포르.^^
*이외 싱가포르 생활의 단점.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집값이 비쌉니다. 그리고 술에 세금을 많이 부과해서 술값도 비쌉니다. (그래도 다 먹고 살긴 합니다만... )
외국계 해외취업 관심 있으신 분들
저의 일.프로젝트. 책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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