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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20. 2023

내가 선택한 나라, 싱가포르의 장점

‘괜히 왔나. 살기 싫다…’

싱가포르를 선택한 건 나였지만, 처음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일만 생각했지 ‘생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물가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온 나 자신이 그리 한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이 땅에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왜냐면… 


①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한 환경


싱가포르의 인구는 약 600만 명이고, 그중 대략 40%가 외국인이다. 그리고 그 외국인도 참 다채롭다. 이렇게 다양한 국적과 인종을 한 도시에서 볼 수 있다니 나처럼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가성비 효과를 주는 곳이 싱가포르다. 음식이 안 맞니 어쩌니 툴툴거렸지만, 히잡으로 머리를 항상 가린, 예쁜 눈을 가진 말레이시아계 싱가포르인 동료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 환경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힌두교 사원이 한 동네에 같이 있는 모습은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거기에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가 있어 유럽, 아메리카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앞집에는 중국 사람이 살고 옆집에는 스웨덴 사람이 산다. 이렇게 모든 문화가 뒤섞인 싱가포르는 아마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의 느낌이 나는 곳일 거다. 그래서인지 나는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현지에 적응한다는 느낌보다 글로벌 환경에 나를 내던진 느낌이 컸다.


②한국인에게 호의적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며 한국에만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외국에서 거주하기 시작할 때 느끼는 이질감은 참 크다. 항상 불안하고 마음 붙일 때가 없어 답답하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나를 경계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그 과정이 조금은 쉽다. 일단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경계를 풀고 내게 호의를 보내거나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그 대단한 한국 드라마와 예능, 아이돌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다. (나와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오히려 내가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서 말동무가 못 돼 미안할 때도 꽤 있었다.) 냉랭하게 나를 대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이 나라에 마음 붙이기도 빠르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싱가포르는 영어를 쓰면서도 한국인이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로운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사실 한국인이 일반 다른 몇몇 아시아 국가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처럼, 싱가포르인들도 인근 아시아 국가 사람들을 차별한다. 가끔씩 보면 너무 대놓고 차별하는 것 같아 내가 괜히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싱가포르 국민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을 제외한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도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쇼핑몰의 나라, 싱가포르.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싱가포르.

③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싱가포르 취업시장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가 많이 들어와 있다. 거의 7,000 여 개의 글로벌 기업, 거기에 현지 기업의 수까지 더하면 싱가포르는 구직자 입장에서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처음 싱가포르에서 놀랐던 건 내가 모르고 살아왔던 수많은 기업의 존재였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내 눈에 띄지 않았던 회사들이 정말 많았다. 한국 비즈니스가 없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한국 업무를 커버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을 구해 사람을 뽑는 비용을 들이기 전에 먼저 시장을 개척한다든지, 아니면 그걸 모두 투자할 만큼 한국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 업무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 싱가포르 내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 싱가포르에 살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회사와 고객 간의 소통을 담당하거나, 사업개발을 할 사람.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한국어 능력이 이곳에선 장점이 된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의 취업시장보다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높다. 아무리 개방이 많이 이루어졌다 해도 한국은 외국인에게 여전히 폐쇄적으로 비친다. 게다가 언어 문제도 있다. 우리만의 탄탄한 문화와 분위기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밖의 사람에게는 배타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구사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물론 한국어라는 카드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국인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일을 찾을 수 있다.



④ 내가 스스로 내리는 스펙의 정의 

(이 부분은 싱가포르가 아닌 해외취업의 장점이 될 수도.)


우리는 항상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집중한다.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은 취직에 있어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한 콤플렉스로 끊임없이 학벌 세탁을 하려 한다. 내가 가진 토익 점수도 마찬가지다. 외국 한 번 나가보지 못한 건 한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졸업한 대학은 별 의미가 없다. 한국의 SKY가 최고 대학교인 건 알지만, ‘오~~’ 하고 끝날뿐이다. 싱가포르에는 항상 세계 대학 순위 30위 안에 드는 싱가포르국립대가 있고, 그 외에도 3개의 명문대가 있다. 그를 제외하고는 전문대가 있는 정도다. 그렇기에 학사학위의 가치가 한국에서보다 더 높다.


우리는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스펙을 쌓지만, 정작 힘 빠지는 사실은 취직하고 나니 그게 정말 쓸데없는 짓이었단 거였다. 직무에 하등 도움 되는 것도 없다. 한국에서도 그런데 비단 외국에서는 어떨까? 어차피 그들은 내가 졸업한 대학교를 모른다. 내가 활동했던 동아리, 혹은 공모전에 관심도 없다.(물론 전문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면 관심이 있을 수도) 토익 점수에도 관심 없다. 영어실력이야 면접에서 다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 나는 내 몸에 맞지도 않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 나를 치장했는데, 여기서 나는 학사학위를 소지한 한국인일 뿐이다.(물론 특기나 특정 전공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추가할 수 있다.) 그리고 취직한 뒤에는? 철저하게 일로만 평가받았다. 그런 싱가포르에 살면서 나는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꼈다. 스펙 같은 것에 집중할 시간에 나 자신에 좀 더 집중하는 더 생산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서로에게 다 이득이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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