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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29. 2024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

 “엄마 사랑해”


곧 27개월이 다 되어가는 아이의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물을 닦아주던 때,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고마워. 엄마도 우리 딸 많이 많이 사랑해.”


6개월 전인가, 이제 말을 시작하던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알려줬다. 그후로 쓴 적이 없었는데, 아이는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고맙다고 하는 내 말에 감동의 울음이 섞였다.


아이에게 굿나잇 뽀뽀를 하고 아이 방을 나왔다. 거실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사랑한다는 말 듣고 울어보는 건 또 처음이네.

처음으로 눈을 밟아본 아이

 ‘좋아야지 왜 울음이 나지?’


단순히 부모로서의 보람이라든지 행복 때문에 나는 울음은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이 한 문장은, 그 동안 내가 그토록 좇아왔던 세상의 인정을 종이 한 장만큼의 가벼운 무게로 만들었다. 내가 타인으로부터 받은 숱한 인정 중에 이것만큼 날 눈물나게 한 것들이 있었나?

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날 몰아붙이며 살았지만 그것에서 오는 행복은 얼마나 지속되었나?


 “엄마 밖에서 찾지마. 안에서 찾아봐.”


소설 <연금술사>에서 주인공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았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돌아온 집의 앞마당에서 그렇게나 찾던 보물을 찾았다.


아이의 한 마디는 내가 삶을 바라보던 시각을 바꾸려 한다. 내가 진정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아이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OO씨한테 인정 못 받으면 어때?

좀 우스워 보이면 어때?

뭣 모르는 사람 같아 보이면 어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 편안해 진다. 조금 힘 좀 빼고 살아도 된다. 가볍게 하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런걸까? 나 자신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아이가 또 한 번 나를 가르친다. 아니 나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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