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걸이 능력처럼 글쓰기 능력도 사라져 버렸다.
몇 해 전 집에 무려 30만 원짜리 턱걸이 철봉을 샀다.
그것을 사게 된 연유는 이렇다.
선천적으로(?) 상체가 약해서 살면서 한 번도 턱걸이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2만 원짜리 문틀 철봉에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턱걸이를 성공하게 되었다. 그 기쁨에 나도 턱걸이를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평균가 보다 2-3배 비싼 내가 아는 선에서 제일 좋은 철봉을 사고야 만 것이다.
운동을 즐겨해 본 적도 없으면서 철봉 1개의 기쁨으로 열심히 몇 달간 턱걸이를 했고 5-6개까지 늘렸었다. 그러던 와중에 바쁜 일이 있어 하루하루 운동을 빼먹다가 결국 턱걸이를 한 개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그 이후 몇 년째 여전히 턱걸이를 한 개도 못하고 있다.(늘어날 체중 때문일까?) 이렇게 어렵게 만든 근육도 오랜만에 다시 쓰려면 없어지고 말더라.
문제는 이게 턱걸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는 점이다.
영어공부도 그림도 글쓰기도.
브런치 어플에 종종 이런 메시지가 오는데... 미안해요, 브런치. 턱걸이처럼 안 한 게 아니라 못쓴 거예요.
우연히 턱걸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떴다. 그리고 한 체육 교사가 턱걸이 0개부터 시작하는 법이란 영상을 올렸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짧게 이야기하자면 발에 뭐라도 받치고 살짝 가볍게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늘려나가면 어느새 1개가 돼있을 거라고. 실제 나의 첫 턱걸이도 그렇게 만들어내 놓고 5개 정도 하던 시절만 생각하면서 왜 안될까 하며 아예 포기하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나의 글쓰기도 같은 모습이겠지... 글을 쓴 지 너무 오래되어 글쓰기 근육이 모두 빠진 주제에 5년 동안 매일 글을 쓰거나 다듬으면서 책을 만들던 때만 생각하니 글 한편이 안 써진 것이다.
다시 발 밑에 받침대를 놓고 턱걸이를 하듯, 사소한 감정을 가볍게 글로 옮겨보자. 대신 꾸준하게. 조금 못쓰면 어때? 언젠가 나도 잘 쓸 날이 오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