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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Sep 05. 2021

이론이 현실로 : 모빌리티 경계가 허물어진다

모빌리티 인문학에서 예견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

앞의 글 https://brunch.co.kr/@technomics/66에 이어서...


코로나19는 모빌리티 기업을 사람에서 사물의 이동으로 확장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람의 이동을 위한 수요와 공급을 매칭 하는 플랫폼이 사물의 이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환되거나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직접 이동하여 대면 만남을 통해서 욕구를 충족시켰던 일상의 많은 영역들이 사물이나 정보의 이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충족될 수 있음을 다수가 경험하게 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생활양식의 변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을 반영한 전략인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의 이동뿐만 아니라 사물 또는 정보의 이동을 고려하여 최적의 이동 조합을 찾는 것이 더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물리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적의 이동 수단(mode)을 선택하는 관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이미 동남아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운송뿐만 아니라 유통, 물류, 금융, 의료 등 다양한 생활밀착 서비스를 하나의 슈퍼앱으로 엮고 있는 것처럼 결과적으로 산업 간 경계는 더 모호해질 것이다. 


사실 이동의 변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모빌리티가 산업을 규정하는 용어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동을 대표했던 교통(transportation) 산업이 모빌리티(mobility)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교통의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이었다.


교통의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이었다. 이동을 위해서는 공급자가 정한 시간, 정한 장소(노선, 역, 정류장 등), 정한 운행 방식(배차간격)에 사용자가 맞춰야만 했었던 것이다. 모빌리티에서는 수요자인 이용자가 중심이 되어 원하는 이동 방식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이동 수요와 공급의 시공간적 미스매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빌리티 데이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 많은 노선, 더 많은 역, 더 많은 정류장 등으로 이동 수요를 충족했던 것에서 모빌리티 데이터로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적시에 최적의 이동 수단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존 교통의 패러다임에서는 부차적인 역할에 그쳤던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정보의 이동을 관장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축적된 기술 역량은 사람과 사물에 관계없이 이동의 최적화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공유경제로 불리는 비즈니스의 기저에는 이러한 이용자 중심의 온디맨드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사회학에서 예견된 일
존 어리의 대표작 <모빌리티(Mobilities)>


영국의 사회학자 존 어리(John Urry)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람의 물리적 이동을 넘어 사물과 정보의 이동까지 포괄한 이동 개념을 중심에 두고 사회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육체 이동, 사물 이동, 상상 이동(인쇄 및 시각 매체), 가상 이동(컴퓨터, 인터넷), 통신 이동(편지, 전신, 전화) 등을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다루며 모빌리티 전환(mobility turn)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존어리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특징> 간략 정리한 note

- 모든 사회관계는 다소 먼 거리에서 빠르고 강렬하며 서로 연관된 물리적 이동을 수반하는 다양한 연결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관계는 결코 장소에 고정되거나 위치하지만은 않으며, '순환하는 실체'를 통해 다양하게 구성된다.
- 거리를 통해 조직된 사회생활을 생산하고 그 형태를 형성하는 다섯가지 상호 의존적 모빌리티가 있다. 육체 이동(직장, 여가, 이주), 사물 이동(선물, 기념품), 상상 이동(인쇄 및 시각 매체), 가상 이동(컴퓨터, 인터넷), 통신 이동(편지, 전신, 전화)이 그것이다.
- 물리적 이동은 연령, 성별, 인종적 특징을 지닌 육체를 수반한다. 육체는 다른 육체, 사물 그리고 물리적 세계를 다중적인 감각으로 접하게 된다.
- 대면 연결이 이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법률적/경제적/가족적 의무, 사회적 의무, 게약 체결을 위한 공현존 의무,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경엄해야 하는 의무, 특정한 시점과 장소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이벤트를 경험해야 하는 의무
- 다양한 연결 관계 속에서 인간과 결합된 사물에 초점을 두는 것은 시스템들의 중요성을 함의. 시스템들에는 보행, 철도, 자동차, 비행기 등이 포함.
- 모빌리티 시스템들은 장소들 사이 그리고 사람들 사이 불균등한 입지와 접근을 만들어 낸다.                 모빌리티 시스템들은 다양한 공간적 범위와 속도로 사람, 사물, 정보를 순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조직된다. 어떤 사회에서든 지배적 순환 과정이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 사물, 정보가 순환되는 구조화된 이동 경로가 중요하다. 그러한 이동 경로는 말길, 보행길, 자전거길, 철도, 전화선, 공공 도로, 컴퓨터, 허브 공항 등의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 모빌리티에 대한 분석, 특히 서로에 대한 적응적이고 진화적 관계를 갖는 다중적이고 교차적인 모빌리티 시스템들에 대한 분석은 포스트휴먼에 대한 분석의 한 사례다.
- 가까이 유용한 것(ready-to-hand) : 망치를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사용                 특별한 의식 없이 사용하던 사물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그 사물이 망가졌을 때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육체는 모빌리티 기계와 결합한다. 특히 오늘날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는 그것에 대한 기술적 무의식(technological unconscious) 속에서 육체적 수행이 자연스럽게 실천되며,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그 기술적 배경이 드러난다.
- 사람들은 행동 유도를 제공하는 이러한 사물들과 연결되어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기계-인간의 이질적인 혼종 지리가 모빌리티 사회와 공간에서 나타나게 된다. 


모빌리티 전환은 현대 사회 현상을 분석함에 있어서 사회를 정태적이고 구조적인 것에서 보는 것에서 벗어나 동태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이동은 존 어리가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통해서 선견적으로 분석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물, 정보의 이동이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존 어리의 주장은 모빌리티 인문학으로 발전되어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문학에서 먼저 예견하고 있었던 일이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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