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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Aug 17. 2021

승차공유가 추락하자 배달이 뜨다

우버, 디디, 그랩 등 주요 모빌리티 업체의 전략이 전면 수정되었다.



빠르게 성장하던 모빌리티 산업에 코로나19는 날벼락이었다. 특히, 일상적 이동의 감소는 이전까지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해왔던 승차공유 업체에게 직격탄을 가했다.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던 항공기, 기차, 버스의 운행 횟수가 급감하자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택시와 승차공유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줄었다. 아침, 저녁마다 도시의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이동시키던 출퇴근, 등하교가 중단된 것은 더 큰 치명타가 되었다. 일시적으로 봉쇄되었던 도시들의 이동 제한이 풀리기도 하였으나, 감염의 우려로 인해서 불특정 기사가 운전하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기피도 회복의 터널이 더 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뉴욕시 승차공유 데이터가 보여주는 코로나19의 충격

미국 최대 승차공유 시장인 뉴욕시의 상황은 승차공유 업계가 받고 있는 충격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뉴욕시의 승차공유 이용건수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일평균 75만 건에 달했으나, 코로나19로 수직 하강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3월에는 일평균 43만 건으로 전년대비 44% 감소했으며, 2020년 4월에는 전년대비 -80%까지 감소하며 급감하였다. 이후에는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내었지만 백신 접종이 충분히 완료된 2021년 6월에도 여전히 일평균 이용건수는 50만 건을 하회하고 있다. 


뉴욕시의 택시 이용건수(엘로우 택시 기준)는 승차공유에 비해서 더 큰 충격을 받으면서 크게 축소되었다. 2020년 4월 뉴욕시의 모빌리티 시장에서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용 건수 기준 6%에 불과했다. 우버 등 승차공유가 이용건수의 94%까지 상상한 것이었다. 택시 이용 건수 2020년 4월 이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뉴욕의 택시의 이동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도 채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승차공유가 택시 시장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격차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뉴욕시의 승차공유 업체별 하루 이동량 추이

뉴욕시의 승차공유 시장은 전체 파이가 줄어들면서 하위 업체의 존재감은 더욱더 사라지고 있다. 업체별 이용건수를 보면 모든 업체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양강 구도가 더욱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뉴욕시의 4대 승차공유업체였던 Juno가 리프트에 넘어간 이래로 3개 업체로 유지되었던 뉴욕시는 코로나19 이후 3위였던 Via의 시장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소멸 상황에 접어들었다. 특히, Via는 주요 서비스가 비슷한 경로를 가는 승객을 동일한 차량에 동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 회복이 더욱 지체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버가 70% 후반대, 리프트가 20% 중반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완전히 양분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별 업체의 이용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승차공유에서 음식배달로

모빌리티 기업들은 핵심 비즈니스였던 승차공유 수요가 급감하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달은 모든 모빌리티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집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생필품, 음식, 의약품 등에 대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축적한 노하우와 사용자 기반을 배달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중국의 디디는 배달 사업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중국에서 출시했던 음식 배달(디디 푸드) 서비스를 2020년 4월 일본까지 확장하였고, 코로나19로 승차공유 이용자가 급감하자 운전기사들이 생필품 구매 및 배송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였다. 2020년 6월에는 화물 배송이 필요한 사람에게 트럭이나 밴 차량의 운전자를 연결시켜주는 화물 배송 서비스 출시를 발표하였다.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기업 그랩(Grab)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자사의 앱에서 승차공유 등 이동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지시키거나 앱의 하단에 배치하고, 배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그랩 푸드(음식배달), 그랩 익스프레스(퀵서비스), 그랩 마트(생필품 배달) 등 다양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자 기존 매출의 중심이었던 모빌리티 대신 배달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수요 변화에 대응하였다.


코로나19 전까지 그랩 매출의 대부분은 모빌리티 사업에서 나왔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랩의 모빌리티 및 배달 사업에서 발생하는 전체 수익의 약 83%를 모빌리티가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승차공유 서비스가 어려움을 겪자 2020년 이후에는 배달 서비스가 Grab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2021년 1분기까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랩의 사업별 매출 비중 추이


북미의 우버나 리프트도 아시아 모빌리티 기업의 배달 강화 전략에 합류하긴 마찬가지였다. 우버(Uber)는 코로나19에서의 최우선 대응 전략으로 배달을 택했다. 우버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승차공유 이용건수는 전년대비 8% 감소한 반면,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 eats)는 전년대비 53% 성장하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반영되었지만, 사업별 실적의 희비는 매우 뚜렷했다. 최종적으로 인수에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우버이츠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 미국 음식배달앱 2위 업체 그럽허브(Grubhub) 인수를 추진하기도 하였다. 4월에는 코로나19를 대응하기 위해서 생필품 배송 서비스인 우버 다이렉트, 택배 서비스인 우버 커넥트를 동시에 출시하였다. 우버에 이어 미국 승차공유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프트(Lyft)는 우버에 비해서는 더디긴 하였지만 자사 플랫폼에 가입된 운전기사들을 통해서 생필품을 배송하는 ‘Essential Delivery’ 서비스를 출시하여 배달 서비스 진입 움직임에 가세하였다. 


모빌리티의 대명사 우버의 2등 사업 우버이츠의 대반전


코로나19 이후 우버의 사업 변화는 모빌리티 업계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슈퍼앱을 표방해 왔던 그랩이 코로나19 이전에도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면, 우버는 모빌리티의 대명사에 가깝게 승차공유 서비스에 집중해 왔었다. 그러나 팬데믹은 우버도 그랩과 같은 모빌리티보다 딜리버리의 매출이 더 많은 회사로 바꾸어 버렸다. 코로나19로 급감한 우버의 승차공유가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2020년 2분기 이후 5분기째 우버이츠의 거래액이 본업인 모빌리티를 넘어서면서 부진을 메꾸는 양상 지속되고 있다.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 중 우버의 음식배달 거래액이 승차공유 거래액보다 1.5배나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 계속가면 우버는 모빌리티가 아니라 음식배달 회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빠른 변화는 사람의 이동과 사물의 이동 간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도 격렬한 변화를 시사해주고 있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의 퀵/택배 진출, 쿠팡의 쿠팡이츠 급성장 등 운송과 물류의 경계 붕괴가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음식 배달 중심이었던 배달의 민족이 B마트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면서 유통과 물류의 격전지도 더 커지고 있는 양상도 향후에 어떻게 변할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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