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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Aug 05. 2021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일상의 이동이 바뀐다

물리적 이동이 감소하고 논리적 이동이 증가한다.



비대면, 비접촉은 소비에서 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원격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일상의 이동을 대표하는 통근, 통학 이동에도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봉쇄 조치를 단행한 국가나 도시에서는 원격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주요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는 3월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 지면서 급하게 개학 시기를 연기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개학 연기가 4차까지 이어진 끝에 결국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새 학기를 맞이했다. 이후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등교를 시작하여 최초 등교일보다 99일이 늦어진 6월 8일에야 모든 학교의 등교가 마무리 되었다. 과거 같으면 시범적 도입도 제한적이었을 일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원격근무와 온라인 수업의 확산은 대면 만남을 필수적으로 여겼던 일과 학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균열을 일으킨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소수의 사람들과 기업들이 도입했었던 원격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전 구성원에게 널리 퍼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의든 타의든 비대면 만남을 구성원 모두가 동시에 경험해 본 것은 오래된 습관이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변화가 이루어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사무실로 출근하던 구성원 전원이 갑자기 재택근무를 하기 보다는 평일 중 하루는 원격근무를 하거나, 혹은 구성원의 20%가 교대로 원격근무를 하는 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작은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구성원의 감염 위험을 최대 20% 낮출 수 있다. 사회전체적으로도 단계적인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마치 주 5일제 근무제도가 1980년대 부터 도입이 검토되다가 2004년부터 공공부문과 대규모 사업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듯이 여건이 나은 기업과 학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서 최적점을 찾아갈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대면 만남을 실제로 일상에 도입하여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고, 비대면 기술도 많이 성숙해 있는 상황이기에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이전보다 더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일상의 이동은 감염 위험이 낮아진 만큼이나 감소할 것이다.


2020년 3월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지침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었던 공직 사회에서부터 이른바 ‘언택트' 근무 방식 도입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020년 3월 12일 사상 최초로 공무원의 재택근무 의무화를 담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공무원 대상 유연근무 이행지침'을 시행하였다. 해당 지침에서는 회의와 보고는 영상이나 서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업무협의도 대면 방식은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 유연근무와 관련해서는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해당 지침이 시행된 이후에는 부서별 일정 비율의 인원은 원격근무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큰 변화였다.


공직사회의 변화는 이동 데이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다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국회, 청와대 등은 여전히 서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면 회의나 보고를 위해서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공무원들이 많았다. 기업의 담당자들도 대관업무를 위해서 세종시를 자주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다수의 대면회의가 최소화되거나 영상회의로 대체되면서, 세종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세종시 인근에 위치한 오송역의 월별 KTX 이용자 수는 2020년 1월에는 전년도 평균보다 많은 33만명(승하차 포함)이었으나, 2월에는 40% 감소한 2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코로나19 우려가 가장 높았던 3월에는 11만명으로 1월 대비 67%가 감소하였다. 4월에는 15만명으로 3월에 비해서 회복하기는 하였지만, 1월에 비해서는 여전히 절반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비대면 업무시스템의 활용율은 2020년 4월 들어 1월 대비 최대 8배까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이동이 감소하고 논리적 이동이 증가한다.

일상적인 이동이 감소하는 대신 원격회의, 온라인 학습 등 정보의 이동이 증가하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충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비대면 방식이 원칙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단순히 감염 위험을 낮추는 목적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비대면 방식을 이전보다 더 많이 도입할 수도 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의 복무방식 변화는 산하 공공기관과 관련 기업, 협회 등에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뀜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이 현장에 모여서 진행되었던 각종 세미나, 심포지움 등의 행사도 연기되거나 웨비나(Web + Seminar) 등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사람의 물리적 이동은 감소하고, 정보의 이동, 다시 말하자면, '논리적 이동'은 늘어날 것이다.


일상의 이동 감소는 단순히 이동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직격탄을 맞았다. 통근과 통학은 아침과 저녁에 반복되는 피크타임의 이동 수요를 뒷받침해왔던 대중교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주요 도시의 버스와 지하철은 승객의 감소로 인해서 불어난 적자로 고민이다. 

도시내 통행뿐만 아니라 도시간 통행 수단은 자차를 이용한 이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40% 가까이 감소하였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주요 도시간 교통 수단 이용량(전년대비)은 열차는 -38.4%, 고속버스는 -39.9 %, 시외버스는 46.6%까지 급감하였다. 통근, 통학 뿐만 아니라 학교의 소풍, 수학여행, 기업의 출장, 단체 행사 등의 급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사람의 물리적 이동으로 달성했던 일들을 정보의 이동으로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범위를 늘려갈 것이다. 그만큼 시민의 발로 불렸던 이들 대중교통의 지속가능성에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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