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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Nov 27. 2015

그게 사랑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조엘은 기차를 탔다. 그날 이후 단조로움으로 가득 찬 그의 일상에 푸른 나비가 앉았다. 생기가 넘치는 클레멘타인은 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그만큼의 애정을 조엘에게 갈구한다. 여전히 표현에 미흡한 조엘은 늘 클레멘타인을 실망시킨다. 둘 사이에 일말의 애정도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한 클레멘타인은 일방적인 소통에 지쳐갔고 결국 그녀는 발렌타인 데이가 오기 전에 먼저 조엘을 지웠다.



  잊어가는 길에서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을 쫒아가는 남녀.

조엘은 기억을 잊어가는 과정에서 괴팍하고 충동적이어도 클레멘타인은 자신이 의지하던 하나뿐인 사랑이었다는 깨달음을 얻 진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는 남자로 성장하게 된다. 나약하고 수동적이던 그는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이었음을 인지하고 기억 삭제 과정 속의 자신과 싸운다. 어여쁜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서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는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순간만이 남는다. 추악한 사랑은 없다.

You can erase someone from your mind, getting them out of your heart is another story.



  잊는다고 잊힐 수 있는 기억들이 과연 존재할까.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여린 남녀의 애달픈 마음은 지정된 기억 회로를 이탈하게 만든다. 조엘은 자신의 두뇌를 지배하는 알 수 없는 작용들을 무시하고 반복해서 하나뿐인 그 사랑을 쫒아간다. 그러나 클레멘타인을 숨기고자 부단히 달렸던 조엘의 마지막 발악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선택한 '삭제'된 일상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의 재회는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모든 소품들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엘의 방 한켠에 비밀스러운 한 장의 그림이 남아있다. 자신이 그린 사랑스러운 오렌지의 모습. 그녀를 완전히 잊었다 믿는, 심지어 상처와 사랑의 순간 자체를 소멸해버린 조엘은 불편함과 동시에 견딜 수없이 들끓는 낯익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추운 바닷바람이 부는 몬탁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들은 서로에게 다시 끌리기 시작한다. 이는 이들의 사랑이 완벽하게 삭제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타의에 의해 지워진 기억들은 잔인하게도 사라졌으나 사랑이란 감정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순간이 바로 현재이다. 상처가 난 과거도 미래도 모두 무의미하다.

단단한 얼음장 아래 제약 없이 흐르는 물처럼 서로를 향한 불가항적인 사랑은 잊고자 하는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겨울이라는 시린 계절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듯, 망각의 순간은 지나가고 운명은 다시 찾아온다.


  조엘은 기차를 탔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기차를 탔다.

기억삭제가 무의미할만큼 그들은 서로를 다시 찾았다. Hello stranger,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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