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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Kim Jun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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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27일

우리 딸 천일 축하해.


아빠는 계속 하루가 반복된 느낌이라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딸은 무럭무럭 잘 자라줘서 벌써 천일이 됐네.


아침에 일어나 방긋 웃어주기만 해도 하루가 기분 좋고 

널 부를 때 ‘네’ 하고 대답해줄 수 있는 네게 감사하고 

투닥투닥 ‘싫어, 아니야’ 하면서도 너와 같은 화젯거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시간이 너무 감사하기만 한데 

이 모든 걸 매일 함께 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꿈만 같고 고마워.


너를 조금 늦게 낳겠다고 결정했을 때 아빠가 네게 잘해줄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고 

네가 딸이라고 처음 알았을 때 아빠는 감정적으로 둥근 사람은 아니라 혹시 네게 마음의 상처를 줄까 봐

차라리 아들이 났겠다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아빠가 매번 경솔하다 느끼게 해 줄 만큼 우리 딸은 오히려 너무 무던하고 씩씩하게 아빠 곁에 있어준 것 같아.


네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디 한 곳 아프지 않게 잘 태어나서

잘 울고 싸고 먹어주고 

구르고 앉고 서주고

걸어주고 웃어주고 안아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아빠의 오래된 흉터를 보며 아프냐고 걱정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좋고

가끔 아빠 머리도 쓰다듬어주는 포근함이 좋고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다정함이 좋아서

볼이 빨개지면서도 흐뭇하고 네가 너무 이뻐 보이기만 해.


혹시 내 욕심 때문에 우리 딸이 아픈 일이 생길까 항상 조심스럽지만

아빠에게 작은 꿈 하나를 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빠는 네 곁에서 오래오래 더 큰 의미가 되고 싶다.


네가 세상에 오는 순간부터 아빠는 작은 것들 하나에도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그렇게 네가 우리에게 보석처럼 와준 것에 또 감사하며 

다시 또 천일 뒤의 일기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 볼게.


지금처럼 우리 딸 방긋 웃으면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면 

아빠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아빠가 해주는 것보다 더 잘 자라줘서

딸아 너무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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