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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Kim Jul 04. 2019

1010

2년 9개월 6일

아내와 나는 만두의 수면 패턴을 강제하지 않는 편이다.

덕분에 33개월 된 만두는 일찍 꿈나라에 들어야 한다는 통념을 벗어나 보통 밤 10시 반쯤 침대 방으로 들어가 밤 11시 반쯤 잠드는 편이다.

그 마저도 요즘은 점점 늦어지는 편이어서 수면 패턴을 좀 잡아줬어야 하나라는 걱정을 이제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패턴 없이 자연스럽게 재우는 편을 택했기 때문에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만두는 보통 TV를 보며 치카(양치)를 하고 우물(입가심)을 한 뒤에는 보던 TV를 마무리하고 침대 방으로 이동한다.

책 읽는 방이라고도 부르는 만두의 침실은 범퍼 침대가 항상 펴져있고 잠들기 전에 읽어 줄 책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편이다.

TV 방으로 혹여 장난감을 옮겨오는 경우라면 5분에서 10분은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놀자고 칭얼대는 편이고 그 후에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편이다. 

책은 보통 타요나 옥토넛을 선호하는 편이고 그 외 다양한 책을 읽지만 핸드폰에 불을 켜서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책을 읽어줄 때는 괴물 흉내를 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나의 한글 읽기 실력이 매끄럽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읽다가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문장을 틀리게 읽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책을 계속 읽어주다 보니 덤으로 발음과 정확도가 조금씩 느는 것을 느낀다.


'이게 마지막이야.'라는 말고 함께 책 읽기가 마무리되면 보통 1~2권의 책을 추가로 더 읽어달라고 하는 편이고 그러면 마지못한 척 그 책마저 읽어주면서 책 읽기가 마무리된다.

책 읽기 마무리 후에는 함께 주방에 있는 정수기로 물을 뜨러 가고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물을 두세 번 정도 마신 후 소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소등 후에도 컨디션에 따라서는 체력이 남아있다면 노래를 부르거나 혼잣말을 한참 중얼거리기도 하는 만두는 보통 잠드는 타이밍이 오면 자장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자신을 토닥여 줄 것을 요청한다.

이 자장의 시간이 잠을 재우는 내게는 마라톤의 사점같은 시간이다.

금방 잠든다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손목이 아파올 때까지 자장을 해주기 때문에 결국 내가 먼저 포기하고 '아빠 잔다.'를 하는 편이다.

결국은 그렇게 연기해도 자장을 끝까지 해주긴 해야 하지만 말이다.


만두는 아직까지는 거의 매일 같이 새벽시간에 뒤척이며 울어서 깬다.

그리고 울 때 옆에 누가 없다면 일어나 엄마나 아빠가 있는 방으로 걸어온다.

하기야 내가 옆에 있더라도 울며 깨서는 아빠는 컴퓨터 하러 가라며 당혹스러운 멘트를 날리고는 엄마와 자겠다고 하는 통에 최근 멋쩍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깨어 울면 다독여 다시 재우려고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엄마와 자겠다고 울기 시작하면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아내를 깨우거나 나는 조금 먼발치에서 등지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

그럼 만두가 엄마를 찾아 방을 나가거나 간혹은 그냥 울다 지쳐 잠들기도 한다.

그래서 걱정하다 나 역시 잠들어 아침을 맞으면 만두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얄미운 녀석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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