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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돌 Aug 30. 2020

조립하는 기쁨

#6 결구법1, 반턱 | 11월 셋째 주 토요일

결구법이란?

두둥. 드디어 오늘은 결구법을 배웠다. 결구법이란 말이 좀 어렵게 느껴지긴 했는데, 목공예에서 결구법(結構法)이란 나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서예에서는 '점이나 획을 결합하거나 구성하는 방법'을 지시하는 것 같다. 보통 '짜맞춤 방식'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전통 한옥 건축에서 쓰인다. '월간 한옥'은 결구법에 대해 이런 설명을 붙여놓았다.





한국의 전통건축에서는 창호의 각 부재들을 결구하는 결구법이 있다. 전통건축에서 결구법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목재 부재 자체를 사용하여 결구한다. 부재와 부재간의 연결을 하는 결구법은 구조적으로 견고하게 제작된다. 결구법은 크게 이음과 맞춤, 쪽매로 나누어진다. 전통건축의 결구법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견고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짜여져 있으며 목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맞춰 홈을 파거나 턱을 내어 부재와 부재를 잇거나 맞추는 방법을 사용한다.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결구법은 목재라는 재료만을 사용함으로써 이질적인 재료에 따른 결함을 줄이고, 목재의 특성에 맞게 결구를 제작하는 장점이 있으며 외관적으로도 간결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월간한옥 21호 중에서

결구법의 기본, 반턱
반턱 방식으로 짜맞춘 샘플. 오크.

짜맞춤 방식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 오늘은 가장 기초적인 '반턱'이란 방식을 배웠다. (반턱은 건축 용어로 '목재의 절반씩을 따 내어 결합하도록 가공한 턱'을 뜻한다. 어감이 재밌다. ) 선생님이 샘플로 보여준 반턱은 이리저리 돌려봐도 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무겁고 단단한 재질인 오크로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랐다. 끌을 얼마나 잘 다뤄야 가능한 거지? 생각하면서 내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에 필요한 수공구

기초 과정을 배우는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수공구는 세 가지다. 직각자, 먹금칼, 그리고 그무개. 셋 다 목재를 종이 삼아 그리기에 최적화된 도구들이다. 보통 제도를 할 때는 나무 위에 직각자를 대고 먹금칼을 이용해 선을 긋는다. 직각자를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먹금자를 사용한다. 이 도구들을 처음 대했을 땐 꽤 긴장이 됐었는데 지금은 문구처럼 편안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뾰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먹금칼 | 그무개 | 직각자







자르기, 가장 기본적인 작업


첫 번째 작업은 두 각재를 맞댄 다음 잘라야 할 부분을 표시하는 거였다. 위 사진대로 두 각재를 겹쳐서 잘라야 하는 부분을 확인했다. 먹금자를 사용해서 절반씩 파내야 할 부분을 체크했고, 직각자와 먹금칼로 각각의 각재 위에 먹금선들을 그었다. 두 번째 작업은 먹금선들을 따라서 하는 '자르기'. 평일에 집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고, '켜기'보다 '자르기'가 좀 더 편하기도 해서 비교적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끌을 항상 실패감을 준다
끌로 떨어낸 부분

오늘 나를 가장 긴장시킨 세 번째 작업은 끌로 나무를 파내는, 일명 '끌질'이었다. 먼저 파내야 할 영역의 가운데 부분을 끌로 떨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끌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 손가락으로는 나무를 고정시킨다. 그리고 (팔이 아니라) 상체의 힘을 줘 수직으로 끌을 내리찍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자르기'로 분할된 토막들이 우두둑 소리를 내면서 뜯겨져 나간다. 


그런데 이 '수직'으로 내려찍기가 쉽지 않았다. 토막을 떨어내는 건 비교적 수월했지만 정확하고 매끄러운 단면을 만드는 것에 애를 먹었다.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선을 벗어나거나 단면의 표면의 거칠어진다. 


선생님은 톱질이 정교해지면 끌 작업이 간단해지고, 끌을 잘 다뤄야만 짜맞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셨다. 나는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덜컥 겁이 났다. 이 작업에 능숙해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과 연습이 필요할까,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습지만 처음으로 약간의 막막함을 느꼈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 말야.




갈 길이 멀지만

몇 시간이 지났을까. 꾸역꾸역 나의 '반턱'을 완성했다. 총 네 부분을 파냈고 두 부분씩을 결합했다. 애초의 걱정보단 훨씬 나은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었다. 적어도 결합이 안 되진 않았으니까. 하단부에 약간의 틈이 벌어졌는데, 그건 끌이 먹금선을 넘어 각재를 파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고 약간 헐렁했다. 그래도 완성된 모습을 봤을 땐 일종의 뿌듯함이 느껴졌다. 


갈 길은 멀지만 출발선은 끊었는데?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은 언제나 잔잔한 효능감과 기대 이상의 용기를 듬뿍 준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충분히 집중하고 난 뒤의 개운함이 뒤섞여 몸에 열기가 돌았다. 




괜히 집에 가져와 본 완성품

수업이 끝날 땐 선생님 저 이거 집에 가져가도 될까요? 물었고 완성된 것을 가방에 챙겼다. 집에 돌아와서 조립된 각재를 책상 위에 올려뒀다. 몇 시간 정도. 그리고 다시 한쪽으로 치워뒀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뿌듯할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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