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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일기 Jul 25. 2024

결국은 종결된 `외도 후의 삶`

그렇게 아등바등 버텼는데 그냥 놓아버릴 걸

 외도를 용서하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썼다. 이해하려고 아등바등 버티고 또 버텼다. 외도 후 용서하고 잘 지내는 커플로, 외도 피해자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한줄기의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냥 이 시련을 버티고.. 이기고, 해내고 싶었다.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해내는 성취감을 좋아했으니까. 이 일도 어쩌면 나에게 찾아온 시련이며,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생각을 멈춰야 했다. 사소한 하나하나의 일들이 모두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했다. 끊임없이 불안했고,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리고 스스로 되뇌어야 했다. 이거 의심병이야. 안돼..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도 힘들고 그도 힘들었다. 나는 온전한 용서를 하지 못했다. 온전한 용서를 하기에는 나는 너무 나약한 사람이었고 자꾸 그 일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내가 이렇게 얽매여 사는 사람이라는 걸 그를 용서했다고 `생각`한 이후에야 알았다.


   헤어지고 싶기도 했고, 해내고 싶기도 했다. 사실 해내는 게 무슨 의미인가. 나는 그저 나에게 닥친 시련을 묵묵히 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을 지키는 것은 둘이 해야 하는 일이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사랑을 깨버린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도 일도 나만 잘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나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외도를 한 그 순간부터 그는 나를 버린 것이다. 나는 철저하게 버림 당했지만 버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버려지는 건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계속해서 세뇌시켰다. 나 자신을 그렇게 마비시키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 배신감... 치욕... 상실감.. 불신... 그 어느 것 하나 버티기 쉬운 것은 없었다. 한참을 싸우다 그가 `내가 제일 두려운 건 너와 헤어지는 일이야`라고 한 문장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그 말을 믿자면 나는 버림받은 게 아닌 게 되니까. 그렇지만 애초에 그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와 헤어지는 게 두려웠다면 바람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한없이 나약해진 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나를 살릴 수 있는 말들을 믿기로 한 것 같다. 그 안에 있으면 객관적인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나 자신이 이렇게 감정적일 때가 있었나 싶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한 만큼 나 자신도 사랑했어야 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이렇게 나를 방치할 수는 없다. 나는 영원히 나 자신과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타인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애초에 내 인생은 행복할 수가 없다. 사랑해도 헤어져야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외도 후의 삶`을 종결시켰다. 정확히는 내가 종결한 건 아니고, 종결 `당했다`. 그리고 그 삶을 종결시켜 준 그에게 몹시 고맙다. 그는 나를 시궁창으로 빠뜨렸고, 다시 시궁창에서 꺼내줬다. 그와의 연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사랑했기에 헤어짐을 말할 수 없었고, 그 시궁창에서 사랑타령을 하며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이별을 고함으로써, 나는 비로소 시궁창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가 나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는 불행했고, 그가 또다시 나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해졌다.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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