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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Feb 15. 2021

혼자 일하기

나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며...계속 일해나가기

혼자 일을 한다는 건 자제력이 꽤 많이 필요하다. 

무얼 자제해야하냐면, 요동치는 내 감정에 따른 식탐과 카톡하고 싶은 욕구, 

유튜브와 인스타를 보고싶어하는 욕구, 

그리고... 귀소본능이다. 



여기서 제일 힘든건 아마도 귀소본능일 것 같다. 

프리랜서이기에, 집에가서 일을 해도 된다. '집에가서 해도 되지' 이 생각이 스며오는 건 굉장히 달콤한 유혹인데, 사실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한다는 건...

추운겨울저녁, 퇴근하고 집에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서(심지어 머리도 감음) 개운하게 잠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다시 화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해야하는 것과 같은 그런 힘듦이다. 

(모두가 알겠지?)



오늘은 월요일이고, 어젯밤부터 '아 월요일 싫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는데, 

역시나 아침의 시작이 너무 피곤했다.

요즘 너무 추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기위해 백팩을 메고다니는데, 

체감상으론 양쪽 발에 5kg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200살은 먹은 거북이가 걷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드라이하고 나온 앞머리를 훌렁 벗겨내는 차가운바람을 이겨내고 느릿느릿 카페로 왔다. 

늘 마시던 커피가 아닌 레몬생강차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달 초부터 계획해둔 일들이 꽤 많은데, 

레몬생강차를 홀짝이며 MBTI 테스트나 하고 앉아있는 오늘이다. 



의식의 흐름은 MBTI에서....MBTI 밈들을 보며 웃다가...유튜브를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글을 쓰기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려(!)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의 글을 정주행하며 낄낄대다가, 그녀의 글에 링크되어있던 펭귄영상을 보는 것으로 흐르다, 

나도 그녀처럼 글을 써볼까 해서(다시) 블로그까지 (정말 오랜만에)왔다. 



그리고 그렇게 즐기는(?) 동안, 뱃속이 든든해야 일을 하지- 라는 명목으로 

고구마를 먹고 떡을 먹고, 커피도 타오고 과자도 주섬주섬 먹어본다.

그랬더니 화장실을 몇번이나 들락날락...(TMI)



오늘은 정말 계획대로 일하긴 글렀구나... 라고 생각할 차에 

(한달에 한두번 나에게 외주로 일을 주는) 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이따 오후에 미팅하쟨다. 네... 이 약속마저 없었으면 펭귄영상을 끝으로 

난 다시 느릿느릿 추워하며 집으로 갔을거다.



오후 미팅이 잡혔으니 그 전에 뭔가라도 해야한다! 

어차피 집으로 일찍 퇴근은 글렀어!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다잡아보지만, 

현실은 이렇게 블로그에 끄적끄적 글을 써본다.  



혼자 일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스스로에게 기대100을 했다가 이렇게 오늘처럼 하루를 흘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실망100 이다. 

처음 몇번 나 자신에게 실망100을 느꼈을땐 충격요법이 꽤 먹혔다. 

스트레스도 많이받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나름) 우울해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다시 계획표를 짜는 둥..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때는 나 자신도 그렇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더 피곤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나니, [실망100]이 와도 점점 나에게 관대해지더라.

심지어 [오늘처럼 하루를 흘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래, 오늘 하루 한 것이 없으니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자 하며, 저녁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그리고는 뿌듯해한다. 내일은 다시 잘해봐야지...하며.



바보같은 패턴이지만, 어쩌면 이것때문에 내가 지금껏 혼자 일하며 어떻게든 굴러온게 아닐까 싶단 생각이 드는 건..여전히 나에게 관대해진 탓이겠지;



나에 대해 넘치는 아량과 관대함으로 '그래도 괜찮아' 다독이며 느슨하게 사는 게 맞는건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실망하더라도 계속 기대하고 채찍질하며 나아가야하는건지...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아직은 왔다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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