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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Jun 06. 2020

유라임, 어디까지 왔나.

죽은 프로젝트 되살리기

https://brunch.co.kr/@matthew-chang/42

오랜만의 유라임 글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제작년 말이라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던가. 그간 쉴새없이 삽질을 해왔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왔다. 심지어는 유라임을 잠시 버리고 타 회사의 CTO로 합류까지 했었고, 반년정도 지나고 다시 유라임으로 돌아왔다. 


많은 분들이 유라임이 언제 나오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문의를 주셨다. 관심에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한편으론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내가 너무나도 부끄럽다. 물론 나는 나대로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쩌면 이제서야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 개인적인 근황에 대해 적겠지만, 이곳 (실리콘벨리)에서 대학원을 다시 가기로 마음먹었다.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반년, 그리고 작년 중순부터 준비하고, 3월중 대학원 발표가 나오고 나서 다시 유라임을 돌이켜봤다. 그간 사용자도 조금 생겼고, 특히 하드코어 유저분이 계셔서 개선사항을 엄청나게 주신 경우도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아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긴 했구나 였다. 어쩌면 내가 '스타트업'을 한다고 스스로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아마도 그간 '취미활동' 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예술가들은 그렇다. 자신의 철학이 담긴 예술 작품을 만들고, 누군가가 알아주기까지는 어쩌면 평생이 걸려도 힘든 경우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엔지니어로써 혼을 담아서 유라임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예술과 사업을 가르는 것은 내 철학을 전달하면 예술이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그게 수익성이 된다면 사업인 것 같다. 물론 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했던 것은 사업이 아니였다. 유라임의 수익성? 난 그런걸 생각해본적도 없다. 기껏해야 광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광고로만 먹고사는 사업이 미디어나 플랫폼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 나도 내 기술 블로그에 약 10년간 애드센스를 달아서 월 평균 5천명정도 방문에 수익을 보면 한달 전기세도 안나올 정도인데 광고수익에 더 쪼개서 먹을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 이 시점에서 정말 수익성을 바라고 사업을 해야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수익없는 사업이 어디있는가, 투자자는 당연히 수익성을 보고, 이익이 발생할 것 같은 사업에 bet 을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이고, 돈을 번다는 자체가 그렇다. 유라임 개발만 3년넘게 하다보니 느끼지만, 정말 나도 풀스택으로 백엔드 프론트앤드 디자인 인프라 PM등 전부 하지만 아무리 내가 하루에 절반이상을 투자해서 개발을 해도 이것만 족히 3년이 걸린 것이다. 만약 나 정도의 스킬의 사람을 두명 더 채용해서 개발했다면 1년이 될 것이고 (이론상으론) 36명이 개발했다면 한달만에 끝났을까? 아마 그럴수도 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생각이다. 10년전에 내가 게임회사를 창업했을 때에는 직원이 서른명 가까이 됬는데 개발은 산으로 갔으니, 개인적으로는 인력 대비 개발 속도가 정비례 한다는 것에 대한 반증은 스스로 했던 셈이다.


3년간 내가했던 실험은 과연 혼자서는 스타트업을 못하느냐 이거다. 만약 내게 무한한 시간과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의식주가 제공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얘기이지만.) 진짜 내 답은 내가 A-Z까지 개발에 대한 내공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상황도 허락되어야 한다. 정말 나도 밤낮 가리지 않고 개발을 했지만 중간중간 아에 싹다 뜯어고친적만 너다섯번은 되고, 매번 반복되는 리펙토링에 실력은 늘어갔지만 개발은 전혀 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적인 무언가를 고친다면, 예컨대 서버 반응시간을 몇 밀리세컨드 정도 줄인다면, 그건 희열을 느낄 만 한 문제해결 거리이다. 그런데 그게 지금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렇게 critical한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난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분명 내 실력은 크게 발전하고 있었는데 개발은 진척이 없었다. 결국 원인은 제품 출시에 대한 가시적인 목표를 잡지 못하고 minor한 것들에만 목메고 있던 큰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런 제품에 포커스 하지 못한 것이 지금 내가 Project Management과정으로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주에는 유라임 랜딩페이지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데이터 차트 쉐어링을 끝냈다. 그전주에는 설정을 끝냈고, 한달전에는 프로필 페이지를 마무리했다. 지난 3개월동안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것도 웃긴게, 성능을 올리자고 SSR을 괜히 건드려서는 이미 다 개발된것들을 재개발했다. 모든것들이 결국 중간에 생긴 공백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JIRA의 sprint가 일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지자 모든게 무너졌다. 어떤 지점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나 외에는 담당하는 사람도 없으니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투자를 받은것도 아니니 압박도 없었고, 서버야 내 개인서버에서 담당하니 트래픽 문제도 한달에 몇만원 나가는게 전부였다. 


프로젝트는 죽어있었다. 무려 일년동안.


혼자 개발에는 딱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내가 어떤 상황이던 간에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을 써서 계속 개발하고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사실 이 후자를 이해하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내 소스를 누군가에게 주는게 싫었고, 사람을 쓴다는 게 예전 창업 경험으로는 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에 대한 왠지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굳이 비싼돈 주고 사람을 써야할까, 내가 다 하면 안될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간 수 년의 딜레이를 가져왔고, 그간 모아둔 자금은 바닥이 보일때까지 써버렸다.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접고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유라임을 서브로 돌렸다. 지금이야 대학원 개강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하루에 몇시간이고 개발을 하긴 하지만, 개강을 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주된 일을 가지고 있으면 유라임을 인생의 전부로 생각했던 전과는 달리 조금 더 생긴 마음속의 여유속에 적어도 내가 원하는 기능은 전부 개발하고, 안정화 시킬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지 않을까.


유라임의 안정화를 4년정도로 보고있다. 솔직히 프로젝트를 죽게 만들었던 시간들이 너무 아쉽다. 내가 비용을 많이 들여서 개발을 했었다면 이건 정말 큰 실패로 남았을 것 같다. 다행히, 그나마 내 생각 중 하나가 맞았던 것은 리스크를 나 혼자서만 먹고 들어가서 다행이라는 점이다. 


유라임을 이번달에 정말 죽이되던 밥이되던 베타 버전1을 오픈할 예정이다. 다음주에 좀더 구체적인 공지가 올라가겠지만, 혹시 미리 신청하시고 싶은 분들은 여기 로 가능하다. 누구 하나도 내게 책임을 묻지도 않고, 내가 아닌 이상 끌고갈 수도 없다. 유라임은 어쩌면, 유라임으로 해결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도움은 되는 툴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되련가. 하지만 지금처럼 단 몇 분의 꼭 필요한 분들이 계신 상황에서는 내가 포기하지 않고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달린다. 


혹시 생활습관 개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베타를 신청하셔도 되고, 저에게 이메일 혹은 댓글 등으로 자유롭게 토론해도 좋습니다. 이메일: matthew.chang@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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