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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Jul 02. 2024

밤에 쉽게 잠드는 방법 3가지

얼마 전에 해외에서 화제가 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인데, 그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 1위는 바로 잠을 잘 자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접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이들도 잠만큼은 뜻대로 하기 어렵구나, 잠을 잘 자는 게 정말 큰 복이구나라고 느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잠은 점점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세간에는 잠을 잘 자기 위한 여러 방법들도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예컨대 잠이 안 올 때는 침대에 머무르지 않다가 잠을 자야 할 때에만 침대에 눕는 게 좋다고 한다. 침대라는 공간과 잠이라는 행위를 연결시켜서 잠에 드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저녁에는 실내 조명을 어둡게 하고, 혹시라도 너무 어두운 게 싫다면 주황색 계열의 조명을 약하게 켜놓는 걸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반쪽짜리 해결책일 뿐이다.


다들 경험해 보았겠지만, 진짜 문제는 침대에 눕고 나서 시작된다. 어쨌든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난감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둡고 고요한 가운데, 잠이 안 온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일에 신경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의식이 명료한 가운데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생각만 홀로 머릿속을 지배한다. 1분, 5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는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적잖은 시간이 흘렀을 거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즈음 시계를 확인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 이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앞에 놓인다. 시계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만약 시계를 보게 된다면, 30분 혹은 1시간이 흘러버린 현실을 직면하고 좌절한다. 그렇다고 시계를 보지 않는 게 정답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시계를 보지 않는다면 가시지 않은 궁금증은 그렇지 않아도 밤늦도록 명료한 의식의 주변을 유령처럼 맴돌며 잠을 방해한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잠이 들지 않는 이 순간. 마음은 저 멀리 꿈의 바다 속을 항해하고 싶지만, 의식은 여전히 항구에 묶여 있는 이때.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깊은 무의식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야겠다고 애써 의식하는 순간 다시 뒷걸음칠 치게 되는 이 모순된 단계에서 쉽게 잠이 들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해진다.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고생하는 독자들을 위해 내 나름대로 터득한 잠들기에 효과가 좋았던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기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 도로 합류 구간에서 무리하게 끼어든 택시 때문에 기분 상했던 일, 내일 낮에 잡힌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아직 준비하지 못한 자료들, 다음 주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대학교 친구들과 만날 식당을 어디로 해야 할지까지. 침대에 누우면 마치 머릿속 어딘가에서 자리 잡고 기다리기라도 한 것 마냥 온갖 잡생각들이 손을 들기 시작한다. 이 친구들을 잘 돌려보내는 게 우리의 성공적인 잠을 향한 첫 번째 단계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여러 잡념들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생각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서 있을 때 기립근의 긴장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숨을 쉴 때 일일이 호흡근을 조절하지 않는 것처럼, 의도의 개입 없이 생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게끔 해야 한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위'의 영역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수면에 생각이 아니라 행위가 필요하다니, 오히려 더 산만해지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행위를 알고 있다. 멍 '때린다'고. 우리가 잠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그건 바로 '멍때리기'다.


잠을 자는 것을 기본 상태라고 생각하기


사람들은 깨어나서 밥 먹고 대화하고 일하고 운동하는 시간을 삶의 기본 상태라고 생각한다. 잠은 이러한 기본을 위해 필요한 어쩔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30년을 잠으로 보낸다며 잠으로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은 마치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충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의 기본 상태는 손에 들려서 통화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이다. 충전을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잠을 자는 상태가 기본이고, 깨어나서 활동하는 것은 이 잠을 위한 보조적인 활동이라고.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계속 자는 것이지만,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고 어쨌든 자는 동안에도 대사활동이 일어나고 열량이 소모되므로 음식으로 이를 유지해 줘야 하고 또 그렇게 먹은 것이 있으니 노폐물 배출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잠을 중지하고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잠이 드는 것은 일시적인 활동 상태에서 기본 상태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잠자리가 좀 더 푸근하게 느껴진다. 마치 퇴근길에 집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처럼 말이다.


여담인데, 이러한 관점은 '죽음'으로 확장할 수 있다. 흔히 잠을 짧은 죽음으로 비유하기도 하니까. 죽어있는 상태가 기본이고, 지금 살아있는 것은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닌 게 사실 우리는 태어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없었고 달리 말하면 죽어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시 죽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잠깐 살아서 깨어있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인 것처럼 느끼기


아침에 알람이 울리고 희미하게 열린 눈꺼풀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 침대 밖으로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 조금 더 자는 대신 일어나서 서두르면 될 것 같다. 그리해도 출근 시간에는 늦지 않을 테니 스스로 더 자도 된다고 설득한다. 그렇게 '딱, 5분만'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알람 시계의 스누즈 버튼(휴대폰 알람이라면 다시 알림 아이콘)을 누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이때는 하루 중 잠을 이기기 가장 힘든 순간이다. 그것은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밤에 잠이 들지 않아서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들판에 뛰노는 양 100마리를 뒤쫓던 이라도 자명종이 기상 알람을 울리는 이때만큼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다시 잠들 수 있다.


이제 이 과정을 거꾸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걸 '리버스 해킹'이라고 하는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를 분석해서 그 과정을 거꾸로 추적하는 걸 말한다.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고 이렇게 자기암시를 해보라. '지금은 아침 7시, 난 방금 일어났다. 5분만 더 자야지.' 조금 전까지는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는데, 단지 엉뚱한 생각을 한 것만으로 거짓말처럼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인생은 생각하는 만큼 변한다


내가 썼던 책의 에필로그 제목이자, 책 전체를 통해 전하려고 했던 핵심 메시지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 소개한 잠을 자기 위한 세 가지 방법도 같은 맥락이다. 매일 밤늦은 시각까지 잠에 들지 못하는 상황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그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생각의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아니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시는 그런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내가 소개한 방법이 조금은 미심쩍더라도, 아니면 그걸 누가 모르나 싶을 정도로 당연하게 여겨지더라도, 한 번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 보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 밤에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이 새로운 방법은 밤에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가 한두 시간이 훌쩍 넘겨버린 이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글을 이 새로운 방법까지 포함하여 네 가지 방법으로 구성해 볼까 하다가, 세 가지로 하는 게 왠지 더 완결성 있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방법은 내가 직접 해본 것은 아니라 이번 글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네 번째 방법을 내가 직접 체험해 보고 효과가 있다면 조만간 새로운 글로 다루어보겠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b%b0%a4%ec%97%90-%ec%89%bd%ea%b2%8c-%ec%9e%a0%eb%93%9c%eb%8a%94-%eb%b0%a9%eb%b2%95-3%ea%b0%80%ec%a7%80/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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