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음성일까 양성일까
어젯밤에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꿈을 꾸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퀴벌레는 죽어있었지만 난생처음 보는 다양한 크기의 배를 뒤집은 벌레는 꿈결이었지만 오소소 소름을 돋게 했다. '헉' 소리를 내며 놀라 잠을 깨고 어르신들처럼 꿈자리가 사나웠다면 이불을 탁탁 털어 낸다. 엄마가 있었다면 개꿈이라는 잔소리를 들었겠지만 엄마가 된 지금은 꿈의 잔상을 불안한 감정과 애써 떼어내어 본다.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니, 동선이 겹치는 경우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였다. 큰 아이가 해당이 되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는 색다른 경험이라 살짝 설렌 듯 보였고, 한 번쯤 검사를 해본 절친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아이의 감정을 귀로는 들어주었지만 음성이었을 때의 깔끔한 시나리오가 아닌 확진되었을 경우의 시나리오로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확진되면 가족 모두가 코로나 검사를 받겠지. 학교 학원에 알려야겠고, 셔틀을 탄 시간도 알려야 한다. 근처 대형 쇼핑몰을 몇 시에 갔더라. 생활 보호소에 가게 되면 둘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의 학원까지 알려야 하겠지. 남편은 많이 돌아다니는데 동선은...
수많은 바퀴벌레의 사체는 이런 동선에 대한 데자뷔였을까?
온갖 잡동사니 생각들을 끼워 맞춘다.
내일 오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유선으로 오면 양성이고 문자로 오면 음성이라 한다. 남편은 별일 없을 거라며 결과 나오면 걱정하라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천리까지도 생각이 가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시나리오를 이어가는 나는 쉽게 잠이 들지 못할 듯하다.
우주끝까지 간 나의 생각은 자아 반성과 함께 현타의 세계로 인도 한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내 꿈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너무 내 생각만 했나.무교인 나는 인생에 대한 멈춤을 이렇게 해석을 해본다.
넘치는 나의 열정이 가정과 아이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며 엄마라는 모습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견디어야 입을 수 있는 옷 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