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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30. 2022

69일 차

2022. 06. 30

Q.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신이 포기했던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요?

흠. 피아노, 무용, 드럼, 어렸을 때 영국에 더 있지 않은 것. 디자인과가 아닌 커뮤니케이션과를 선택한 것? 새삼 이렇게 적고 보니 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에 우리는 왜 전공할 것이 아니면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없는 삶을 사는지. 내가 좋아하는 게 5개면 그것과 관련된 대학을 가고 그것과 관련된 삶을 살 것이 아니면, 왜 아무것도 해서는 안되고 배울 수도 없는지. 우리는 그때도 지금도 뭘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인데 말이죠. 나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많은 것들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특히나 나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고 책임질 힘이 없었던 시절의 것들은 더더욱이요.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어도 나의 삶 어딘가에는 하나의 길로 모여졌을 거란 확신을 합니다.


Q. 그것을 왜 포기했나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누군가의 판단, 지지의 부재, 그것이 돈이든 사람이든. 뭐 그런 것들 때문이었겠죠. 그런 것을 넘어설 만큼 내 삶에 치명적인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런 시각에 상처를 받을 겁니다. 새삼 포기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아픈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Q. 지금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해내겠어요?

자신은 없지만 해내 보고 싶은 것은 영국에서 더 오래 살아보는 것입니다. 나는 그때 너무 외로웠고, 너무 절망적이어서,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을 들어줄,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었죠. 헛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내가 조금 더 버텼더라면 그런 사람을 만났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에요.


Q. 그것을 해내기 위해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군요. 글쎄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찾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을 해봤다면 좋았을지도요.


Q. 그 어떤 제약도 없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뭔가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보다는, 비가 쏟아지는 바닷가를 보며 천막 아래에 늘어진 듯 앉아서 책을 읽다가 졸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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