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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의 서른 Jan 30. 2023

[외전] 기억의 구슬

허구의 기억

아, 내가 왜울었었지? 지인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새삼 머릿속을 굴려보았다. 인간의 기억은 감정에 기반하여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그때의 상황을 세세히 기억하기 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들었던 감정으로 기억이 된다고 한다. 역시나 무슨 사건으로 울었던지는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때 책상에 엎드려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있던 내모습이, 옆에서 당황해하던 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사이드아웃처럼 장기기억저장소에서 기억의 구슬을 꺼내올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수만 있다면 지금에서라도 그때 왜 울리고 그랬냐며 장난이라도 칠수있을텐 데 말이다.

 

다들 오랜 친구들과 어떻게 친해졌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친해졌는지 모르는 게 대부분일듯하다. 다만 몇몇은 한번 싸우고나서 화해하고 친해졌던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면에서 지인과 난 물론 치고박고 싸우진 않았지만 감정의 끝을 한번씩 오고 갔기 때문에 친해졌던 게 아닐까 싶다.

 

지인, 현재와 함께 보낸 중학교의 특징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붙어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초등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동네에서 중학교 진학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전학이라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나에겐 중학교 1학년이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간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친해서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친구들 속에 남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어쩌면 지인이가 나를 울려준 덕에(?) 중학교 시절을 다채로운색의 기억의 구슬들이 생길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지금은 저 멀리 장기기억저장소에 들어가는 바람에 세세한 사건들이 기억이 나지않는다고 핑계를 대고 싶다.

 

사진 한 장정도로 단편적으로 중학생때 기억나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점심시간에 셋이 몰래 학교를 나와 우리집에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퇴근한 아빠를 마주쳐 당황했던 기억, 에픽하이 노래를 열창하던 지인 현재와 옆에서 박수치고 있는 나, 한 문제를 틀려서 울고있던 현재(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노래방을 다녀온 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먹던 기억. 졸업식날 부모님과 사진찍을 때 내 친구라며 인사하며 다가왔던 둘의 모습.

 

또래 남학생들과는 취향이 맞지 않았던 나에게 지인과 현재는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묵묵히 바라봐주는 존재였다. 섬세하거나 다정한 모습들도 그들의 편견없는 따뜻한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을 한마디로 말하라 한다면  “무해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도 안전한 무리가 있다는 게 나이가 조금 더 든 지금 더욱더 든든하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때엔 더욱더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반면 매사 확실한 표현들을 하는 지인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웠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지인은 어떻게든 나의 속을 끄집어 내려는 쪽에 속했다. 그 덕분에 지인과 현재에게는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용한 편에 속했던 현재도 나랑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현재는 정확하게 “외유내강”의 형이었다. 당시에도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뚝심있게 공부를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시험기간내내 초조해 할 때 현재와 지인에게 도움을 받아 벼락치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에 모였을 때 가장 큰 이슈였던 MBTI에 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역시나 현재와 난 비슷한 MBTI였고, 지인은 ‘대장’과 같은 성격유형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됬다. 당시 주변에 있던MBTI 전문가에게 이 셋의 MBTI와 관계를 말하니, 나와 현재는 ‘인간 리트리버’에 속해 ‘대장’의 제안에 쉽게 따르는 형태여서 유지가 된다나. 모난 구석없이 서로에게 맞춰주는 조합이 16년간의 우정을 이어오게 한 것 같아 신기했다.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자주보지못함에 의한 ‘애틋함’은 관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기숙사 생활을 한 바람에 주말만 되면 반갑고 애틋한 마음에 가족과의 짧은 주말을 행복하게 보냈었다. 지인과 현재도 고등학교 이후로 매일 붙어 다니지 않아, 가끔씩 보내오는 카톡방의 알림이 반갑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만나는 번개 모임에 이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과의 추억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게도 되고, 지금껏 나누지 못했던 개개인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을 공유하고 나눠보려한다. 어느 부분은 비슷하고, 또 어느 부분은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될 다음 에피소드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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